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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했는데 텅빈 학교? 중국은 지금 '라이브' 수업 중

중앙일보

입력

중국 선전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다 일시 귀국한 은서(가명)는 매일 아침 9시 50분이면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켠다.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오전 10시 정각, 중국 시간으로 오전 9시가 되자 선생님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들어왔지? 숫자 1로 알려줘요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채팅창에 일제히 숫자 1이 올라왔다. 선생님은 숫자 1을 쓴 작성자의 닉네임을 확인하며 출석을 체크한다. 한 시간짜리 수업이 3번 끝나자, 벌써 12시(중국 현지시간). 선생님의 "점심 맛있게 먹자"는 이야기가 들리자 은서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시간의 점심시간 후 수업 두 시간을 더 듣고 나서야 이날의 수업이 모두 끝났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의 모습 [사진 독자제공]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의 모습 [사진 독자제공]

올해 중국의 개학일은 2월 17일. 그런데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텅 비어있다.

중국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대해 원격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수업은 쉬지만 학업은 이어가야 한다는 '팅커부팅쉐(停課不停學)' 정책의 일환이다. '팅커부팅쉐'란 말도 엄연히 따지면 맞지 않는 셈이다. 교실만 비어있을 뿐 전교생이 모두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체육 수업도 원격으로 진행된다.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체조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사진 독자제공]

체육 수업도 원격으로 진행된다.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체조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사진 독자제공]

중국 온라인 수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터넷 강의와는 엄연히 다르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각 반의 교사가 아이들의 출결을 확인하고 라이브로 수업을 진행한다. 오전 9시 등교해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 오후 4시 하교하는 규칙적인 일과다. 체육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숙제 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게시판에 올려놓은 파일을 내려받아 출력한 뒤 직접 손으로 과제를 해결한 뒤 사진을 찍어 파일로 전송한다.

중국 당국은 전국 학교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위해 정보통신(IT) 대기업의 손을 빌렸다. 바이두, 알리바바,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넷콤, 화웨이 등에서 기술 지원과 함께 7000대의 서버를 제공했다. 그 덕분에 5000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실시간 수업이 끊기지 않는다.

온라인 교육업체들은 각종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라이브 수업과 원격 음성 화상회의 툴을 활용해 학원 수업을 원하는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최근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3월 9일로 미뤄졌던 전국 유·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일이 3월 23일로 2주 더 연기된 상황.

코로나19 확산세는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청소년들이 학원 수업은 그대로 진행하거나 PC방에서 일과를 보내는 경우가 생겨 또 다른 감염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교육청에서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긴 하지만 이미 제작된 수업 영상을 학생이 일방으로 수용하는 형식이라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유튜브, 트위치 등 해외 플랫폼뿐만 아니라 네이버 V 라이브, 카카오TV 라이브, 아프리카TV 등 국내 생중계 플랫폼도 다양하게 활성화될 만큼 폭 넓은 스트리밍 시장과 관련 인프라를 갖고 있다.

국내 초·중·고등학교도 라이브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이 집에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는 것보다 좀 더 효율적인 대책이 되지 않을까.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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