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하주석·나성범 동반비상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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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화 유격수 하주석(왼쪽)과 NC 외야수 나성범은 지난 시즌 무릎을 다쳐 나란히 중도 하차했다. 같은 병원에서 수술한 둘은 올해 동반비상을 꿈꾼다. [사진 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

한화 유격수 하주석(왼쪽)과 NC 외야수 나성범은 지난 시즌 무릎을 다쳐 나란히 중도 하차했다. 같은 병원에서 수술한 둘은 올해 동반비상을 꿈꾼다. [사진 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

무릎 부상으로 동병상련을 느꼈던 나성범(31·NC 다이노스)과 하주석(26·한화 이글스)이 올 시즌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같은 의사한테 무릎수술 받아 #서로 위로하며 힘든 재활 버텨내 #나, 개막전 엔트리 포함이 목표 #하, 걱정하는 시선 바꾸고 싶어

나성범은 지난해 5월 3일 창원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주루 중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또 연골판이 부분 파열됐다. 하주석은 지난해 3월 28일 광주 KIA전에서 수비하다가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둘은 모두 시즌을 접었다.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도전도 미뤄졌다. 지난해 시즌을 잘 마쳤다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에 갈 수도 있었다. 한화는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빠지면서 9위로 처지는 등 힘든 시즌을 보냈다.

둘은 서울의 같은 병원에서 수술받았다. 먼저 수술대에 올랐던 하주석은 이 병원에서 재활하면서 나성범을 만났다. 서로 위로하면서 길고 고통스러운 재활의 터널을 지났다. 재활 기간 둘은 체중 감량에 신경을 썼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체중 1㎏이 늘면 무릎의 부담은 3배가 된다.

나성범은 112㎏였던 몸무게를 100㎏대 초반까지 뺐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탄산음료를 끊는 등 식단을 관리했다. 하주석도 95㎏ 정도였던 몸무게를 7㎏가량 줄였다. 그는 “무릎의 부담을 줄이려면 아직 1~2㎏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살을 빼면서 둘의 몸 상태는 부상 전보다 더 좋아졌다.

두 선수 모두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진행하는 각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재활을 한 달 정도 먼저 시작한 하주석의 경기력 회복이 나성범보다는 빠르다. 4일까지 세 차례의 공식 연습경기에서 타율 0.571(7타수 4안타)을 기록했다. 그는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경기해보니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는 못했다. 3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2볼넷·2삼진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타석에 섰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는 “타격 결과를 떠나 다시 타석에 선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무릎을 다쳤던 선수에게 가장 걱정되는 건 수비와 주루다. 수비할 때는 급격한 방향 전환이 많다. 또 주루할 때는 아웃을 피하려고 슬라이딩을 한다. 무릎 부상이 재발할 수 있고, 다치던 순간이 떠올라 플레이가 소극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성범의 경우 아직은 연습경기 때 외야수 대신 지명타자로 출전한다. 주루 플레이 역시 무리하지 않는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수비까지 다 하고 싶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비만 놓고 보면 유격수인 하주석 쪽이 더 걱정된다. 내야 수비 때 무릎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이상훈 CM충무병원 원장은 “외야수는 수비할 때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는 게 없다. 타구를 예측하고 직진으로 달리면 돼 무릎에 상대적으로 무리가 덜 간다. 그런데 내야수, 특히 유격수는 좌우로 자주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하주석은 순조롭게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경기에서 수비할 때 통증은 없다”고 말했다. 부상 이전처럼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순조롭게 복귀를 준비하는 두 선수의 올해 목표는 소박하다. 나성범은 “언젠가 메이저리그에 가는 것이 꿈이지만, 올해는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게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말했다. 하주석도 “개인 목표를 숫자로 정하진 않았다. 큰 수술을 받아 주위에서 잘 복귀할지 걱정하신다. 그런 시선을 바꿀 수 있도록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다시는 다치지 말고 야구하자”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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