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G 영토확장, 화웨이 4G 쓰던 뉴질랜드 뺏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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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가 뉴질랜드 최대 이동통신사인 스파크와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뉴질랜드는 통신장비 세계 1위 업체 화웨이도 공을 들여왔던 시장이다. 올해부터 전 세계에서 본격화하는 5G 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먼저 일격을 가한 셈이다.

250만 가입자 1위 스파크와 계약 #기지국 등 이동통신장비 첫 공급 #“5G장비 경쟁서 시장 선점 큰 의미”

삼성이 뉴질랜드 통신장비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은 국내에서 상용화한 3.5GHz 주파수 대역 5G 기지국 등 통신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스파크는 뉴질랜드 인구(490만 명)의 절반이 넘는 2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사로, 2위인 영국계 보다폰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뉴질랜드에서 첫 번째 이동통신 장비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5G를 더욱 확대해나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스파크는 화웨이의 4G(LTE) 장비를 사용 중이다. 2018년에는 ‘화웨이 장비를 중심으로 5G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뉴질랜드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뉴질랜드는 영국·캐나다·호주 등과 더불어 미국 주도의 핵심 정보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5개의 눈)’ 국가 중 한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뉴질랜드 정부가 화웨이 장비 구축을 반대한 이유로 꼽힌다. 결국 스파크는 지난해 말 삼성·노키아·화웨이 3사를 우선협상자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멀티 벤더(다중 공급사 채택) 전략으로 수정했고, 이중 화웨이가 아닌 삼성을 먼저 택했다. 지난해 삼성 장비를 시범 운영하면서 속도와 품질에 만족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멀티 벤더 전략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삼성에 이어 스파크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이 이번에 체결한 계약도 단독공급 계약은 아니다. 하지만 화웨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당초 스파크가 화웨이를 중심으로 5G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지 신문인 뉴질랜드 헤럴드는 이날 “스파크와 삼성의 계약은 화웨이에 나쁜 소식”이라면서 “화웨이는 뉴질랜드 내 5G 사업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보면 멀티 벤더로 화웨이가 나중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치열해지는 5G 경쟁에서 삼성이 먼저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31.2%), 에릭슨(25.2%), 노키아(18.9%), 삼성전자(15%) 순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최근 화웨이를 맹추격 중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최근 미국 5위 이동통신사업자인 ‘US 셀룰러(US Cellular)’와 5G·4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버라이즌·AT&T·스프린트 등까지 포함, 사실상 미국 전역에 5G망을 공급하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IBIS에 의하면 세계 5G 장비 시장 규모는 올해 378억 달러(4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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