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사라졌다" 정부 대책에 생산 중단 선언한 마스크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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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용 마스크(덴탈마스크) 생산해 온 이덴트는 정부의 마스크 대책 발표 직후인 5일 오후 마스크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이덴트 홈페이지 캡처]

치과용 마스크(덴탈마스크) 생산해 온 이덴트는 정부의 마스크 대책 발표 직후인 5일 오후 마스크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이덴트 홈페이지 캡처]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 의무공급 비율을 높인 정부의 마스크 수급 대책에 반발해 생산을 중단하는 마스크 제조사가 나왔다.

치과 재료를 생산 판매하는 이덴트는 5일 홈페이지에 “그동안 자부심을 갖고 생산해 왔던 이덴트 마스크 생산이 중단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신선숙 이덴트 대표는 사과문에서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에 생산량 80%를 일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조달청에서는 생산원가 50%정도만 인정해 주겠다는 통보와 일일 생산량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11년된 생산도 원활하지 않은 기계를 돌려가며,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덴트 마스크를 생산해야 하는 의욕도 완전 상실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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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 대표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따르면 이덴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하루 생산량을 200통(1만장)에서 240통(1만4400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원을 1명 더 충원했고 하루 2시간 연장근로와 토요일, 일요일 연장 근무로 인한 각종 수당을 지급해 왔다. 신 대표는 “이런 상황이 있었지만, 마스크값 1원도 올리지 않았다. 부르는 대로 돈을 주겠다는 중국에 1장도 안 팔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문이 밀려 치과 재료 발송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하루 생산된 전량을 홈페이지에 판매를 해왔고 정부지침에 따라 우선 배송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에 일관된 지침을 적용해 마스크가 꼭 필요한 의료기관에 생산 및 판매하고 있는 것조차 불법이라는 지침을 내려 앞으로 공급이 불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고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이날 정부는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 의무공급 비율을 현 50%에서 80%로 높이고▶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 구매날짜를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 ▶1주일에 1인당 마스크 2매로 제한 ▶마스크 수출 전면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마스크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중구 순화동에 소재한 이덴트는 치과 재료 제조·유통사로 온라인 쇼핑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치과재료 쇼핑몰 1위 업체로 마스크가 주력은 아니다. 마스크 생산 중단 소식에 한 치과의사는 “이 시국에 치과 회원 어려울까봐 본업도 미뤄가며 공장을 돌린 것”이라며 “돈 벌려고 하는 사업이 아닌데 이렇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5일 신선숙 이덴트 대표가 올린 생산 중단 사과문 전문. [이덴트 홈페이지 캡처]

5일 신선숙 이덴트 대표가 올린 생산 중단 사과문 전문. [이덴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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