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1개로 3일 쓰라는거냐"...'1주 2장' 정책에 시민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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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하나로마트 삼송점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 .[뉴스1]

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하나로마트 삼송점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 .[뉴스1]

“마스크 한 개로 3일 동안 쓰라는 이야기에요?”
“1주일에 이틀은 마스크 쓰고 나머지 5일간은 쓰지 말라는 건가요?”

5일 오후 서울 석촌동에서 만난 주민 김모(80)씨의 불만이다. 정부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수요 억제 대책을 발표한뒤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 발표에 따라 시민들은 다음 주부터 약국·우체국·농협에서 1인당 1주일에 마스크를 2매씩만 살 수 있다.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도 제한된다. 출생연도에 따라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식이다.

"외출 횟수 제각각인데"

송충락(62)씨는 “구매 개수를 제한한다고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매일 외출하는 탓에 마스크가 많이 필요한 사람은 구매 제한 때문에 마스크를 제대로 못 쓰게 되고 결국 신종코로나 확산만 부채질할 거다"는 주장이다.

‘1인당 1주일에 2매’로 규제하는 건 섬세한 정책이 아니라는 불만도 나온다. 김모(42)씨는 “다닥다닥 줄서기를 하며 감염 확률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데 이를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애초에 마스크를 원하는 사람이 매우 많아 5부제를 해도 줄서기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의미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대책 합동브리핑. [뉴스1]

마스크 수급 안정화대책 합동브리핑. [뉴스1]

소외계층 마스크 공급 우려는

정책이 소외계층의 고통을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약사나 그의 지인 등 마스크를 음성적으로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사람들과 달리 평범한 시민들은 더욱 마스크 구하기가 힘들어져 ‘마스크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다른 가족 전체의 마스크를 일괄 구매해온 가정도 문제가 될 거란 말이 나왔다. 박재완(51)씨는 “일로 바쁜 사람은 약국에 갈 시간이 없어 마스크를 한 개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말 계속 바뀌어”

경기 구리시의 정진석(71)씨는 “정부는 원래 ‘위생상 마스크를 하루에 1개씩 써야 한다’고 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틀에 1개 쓰라’고 하더니, 이제는 ‘빨아서 쓰라’고 한다”며 “말이 계속 바뀐다”고 밝혔다. 정씨는 “1주일에 2매는 너무 심했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박성진(54)씨는 “이 세상에 완벽한 정책은 없다”며 “이런 정책이라도 안 내놨다면 시간 많은 사람이 계속 사재기하는 문제가 지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의 최창호(28)씨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마스크 살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정책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특정 요일에만 살 수 있게 한 건 아쉽다”며 “당장 오늘 마스크가 필요한데 며칠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전남 담양군 담양대전우체국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전남 담양군 담양대전우체국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혼란 부추길 위험” 지적도

“정부가 계속해서 수요 억제책을 쓰면 역효과가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식으로 마스크 수요를 규제하면 시민들에게 ‘마스크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신호를 줘 불안을 가중하게 되고 결국 마스크 수요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람·김민중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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