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포상이 현장 의료진 30배···'코로나 격려금' 뿔난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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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중국 대륙의 사망자가 3000명을 돌파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발표에서 4일 하루 31명이 숨져 이제까지의 사망자는 3012명이 됐다고 밝혔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선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건강을 되찾아 퇴원한 사람 중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자 퇴원한 이들을 위한 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선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건강을 되찾아 퇴원한 사람 중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자 퇴원한 이들을 위한 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지난 1월 1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50여 일 만에 3000명이 넘는 중국인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생명을 위협받는 중증 환자는 4일 하루 464명이 줄어 5952명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사망자 수는 지난달 24일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내려서며 감소 추세다.

4일 자정 현재 사망자 3012명 기록 #중증 환자 줄며 점차 안정세 찾아 #정부의 격려금 지급이 도마 위 올라 #현장에서 사투 벌이는 의료진보다 #현장에 얼굴 한두 번 비친 원장 등이 #무려 30배 이상 받아 중국인 분노 사

특히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중국의 30개 성·시·자치구에선 4일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등 중국의 신종 코로나 상황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자 섣부른 엉터리 논공행상이 벌어져 중국인의 분노를 사고 있다.

중국 산시성 뤼량시의 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진단 키트의 유효 기간을 살피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산시성 뤼량시의 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진단 키트의 유효 기간을 살피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도마 위에 오른 곳은 산시(陝西)성의 안캉(安康)시중심의원이다. 얼마 전 중국 중앙 정부는 방역 일선 현장에서 뛰는 의료진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하루 200~300위안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와 일선에서 싸운 각 병원에선 직원별로 격려금 산정에 들어갔는데 안캉시중심의원이 직접 현장에서 뛴 말단 의료원은 제쳐놓고 가끔 시찰 명목으로 얼굴을 내민 병원 간부들을 집중적으로 포상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 인터넷 공간에 공개된 산시성 안캉시중심의원의 격려금 지역 내역. 위 상단의 빨간 괄호 안에 이름이 올라 있는 병원 간부들이 일선 현장에서 일하지 않고도 격려금의 대부분을 챙긴 것으로 밝혀져 중국인의 분노를 사고 있다. [중국청년보망 캡처]

중국 인터넷 공간에 공개된 산시성 안캉시중심의원의 격려금 지역 내역. 위 상단의 빨간 괄호 안에 이름이 올라 있는 병원 간부들이 일선 현장에서 일하지 않고도 격려금의 대부분을 챙긴 것으로 밝혀져 중국인의 분노를 사고 있다. [중국청년보망 캡처]

중국 인터넷 공간엔 각 직원별 포상 내용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를 분석한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안캉시중심의원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를 직접 상대한 발열 진료 부문이나 응급 내과, CT 촬영실 등의 의료진은 400~4000위안 사이의 격려금을 받았다.

이 중 상당수 의료진이 1000위안이 안 되는 보조금을 받았을 뿐이다. 한데 병원의 세 부류 사람이 거액의 장려금을 챙겼다. 첫 부류는 병원 원장과 부원장 등 병원의 지도자급 인사, 두 번째 부류는 각 과(科)나 실(室)의 책임자, 세 번째는 행정부문 직원이다.

신종 코로나 완치 후 퇴원한 우한의 한 시민이 다시 병원을 찾아 치료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혈장을 기증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신종 코로나 완치 후 퇴원한 우한의 한 시민이 다시 병원을 찾아 치료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혈장을 기증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간단하게 말해 병원의 영향력 있는 인사와 서류를 만지는 사람 39명이 격려금의 대부분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들은 8000위안에서 1만 2000위안대의 보조금을 받아 실제 신종 코로나와 싸운 의료진보다 가장 많게는 30배 이상을 받았다.

천원첸(陳文乾) 원장이나 둥건원(董根文) 부원장 등 병원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대부분 병원 본관으로 출근하고 실제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제3 병동에는 어쩌다 시찰 나온 게 전부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소식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퍼지자 중국 언론이 일제히 안캉시중심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신경보(新京報)는 “일선에서 목숨을 걸고 병마와 싸우는 의료진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안캉시의원중심은 사회적 양심을 구현하라”고 말했다.

중국 광시장족자치구의 난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호박 등 생활 식자재를 나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광시장족자치구의 난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호박 등 생활 식자재를 나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환구시보는 진상 조사를 촉구했고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이런 병원이 어떻게 의료진에게 환자에 대한 무한한 희생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며 질타했다. 다급해진 안캉시중심의원은 지난 3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격려금을 다시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캉시 위생건강위원회는 병원 측의 사과 정도로 중국의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조사에 착수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듯 일부 병원이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 중국 의료진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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