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대선 경선 중도 하차…트럼프 "7억 달러 하수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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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시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시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하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전날 14개주에서 경선을 치른 ‘슈퍼화요일’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지 하루만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시키는 건 가능성이 제일 큰 후보 뒤에서 뭉치는 데서 시작한다고 언제나 믿어왔다”면서 “어제의 투표로 그 후보는 내 친구이자 위대한 미국인인 조 바이든이라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당초 블룸버그 전 시장은 슈퍼화요일 경선부터 뛰어들어 초반 성적이 부진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압하고 중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었으나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하차 가능성은 개표가 한참 진행 중이던 전날 저녁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AP통신은 블룸버그 캠프에 가까운 인사를 인용, 캠프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의 경선 지속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슈퍼화요일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이에 실망해 경선 레이스를 계속할지를 검토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크게 선전하는 가운데 블룸버그 전 시장은 개표가 진행되는 지역 중에 미국령 사모아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사모아에도 6명의 대의원이 걸려있지만, 주(州)가 아닌 미국령이어서 미 연방의회에 대표성 있는 의원이 없고 대선에 투표권도 없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그는 아이오와 등 4개 지역에서 치러진 초반 경선을 건너뛰고 슈퍼화요일에 등판했으며 지금까지 5억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광고 등에 쏟아부었다.

CNN방송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에 이어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가 2억1000만 달러를 썼고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6000만 달러와 5500만 달러를 썼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600만 달러를 광고에 집행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슈퍼화요일 경선을 치르는 14개 주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2억3400만 달러로 다른 민주당 주자들의 10배 이상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 때문에 ‘돈으로 표를 산다’는 다른 주자들의 불만과 비판이 거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을 올려 “오늘 밤 지금까지 가장 큰 패배자는 미니 마이크 블룸버그”라며 “그의 정치 컨설턴트라는 이들이 그를 속였다”고 조롱했다.

그는 이어 “(블룸버그가) 7억 달러를 하수구에 흘려보냈다. 별명인 미니 마이크 말고는 얻은 게 없고 평판이 완전히 파괴됐다. 갈 길이 멀다, 마이크!”라고 덧붙였다. ‘미니 마이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작은 키를 겨냥해 지은 별명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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