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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50대 대령 징역 2년…피해 여군 "20년이라도 위로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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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미지. [중앙포토]

법원 이미지. [중앙포토]

20대 여군 부하를 자기 집무실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50대 대령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육군 군사법원, 전북 모 前부대장 실형 #석달간 업무 핑계로 강제추행 일삼아 #재판부 "상하 관계 이용해 비위 행위" #"접대해라" 모욕 준 대위는 약식기소 #피해자 측 "징역 20년도 위로 안 돼" #군 "유사 사건도 법 따라 엄정히 처리"

4일 육군 등에 따르면 육군본부 군사법원은 지난 2일 여군 부하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전북 모 부대장 출신 A대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대령은 지난해 11월 초 구속되기 전까지 약 석 달간 같은 부대 여군 부하 B씨를 본인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억지로 껴안고 손을 잡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군 검찰은 지난해 12월 3일 A대령을 구속기소 했다.

A대령은 일과 시간에 업무 보고를 핑계로 B씨를 집무실로 불러 수십 차례에 걸쳐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밤에는 B씨에게 전화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한다.

재판부는 "A대령이 고위 간부로서 부하 장병들을 보호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도 상하 관계를 이용해 비위 행위를 했다"며 "이로 인해 군의 명예를 대외적으로 실추시킨 점,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엄정하게 판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A대령이 초범이고, 범행을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B씨는 지난해 11월 6일 상급 부대인 육군 모 사령부 법무실을 찾아 "A대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군은 사안이 무겁다고 보고 같은 날 A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군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현재까지 휴가 상태다.

군 검찰은 B씨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A대령을 구속했다. B씨는 피해자 조사 때 "성추행을 당할 때 한 번도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A대령은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다.

군 검찰은 A대령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A대령의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검찰은 B씨에게 술자리에서 A대령을 접대하라고 한 혐의(모욕)로 C대위도 지난해 12월 30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 했다. C대위는 회식 자리에서 B씨에게 "(A대령을) 접대해라"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혐의다.

C대위는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접대는 접대답게" "선배가 만들어 준 자리가 아니라면 니(네)가 (접대) 자리를 만들라"며 B씨에게 모욕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군 검찰은 A대령의 추행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하거나 부추긴 의혹을 받은 같은 부대 소속 간부 4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이 중 증거가 나온 C대위만 지난해 11월 말 불구속 입건 후 보직 해임했다.

육군은 C대위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군사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C대위는 전역 신청서를 냈고, 오는 10월 군복을 벗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군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했다"며 "앞으로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법이 정한 기준에 의해 엄정하게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씨 측 고소 대리인 배연관 변호사(법무법인 YK)는 "피해자의 마음은 (A대령이) 징역 20년을 받더라도 위로가 안 된다"면서도 "법원에서 나름대로 숙고해 합리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다만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신원을 노출시킨 육군본부 담당자는 구두경고에 그치고, 피해자에게 접대를 강요하고 2차 가해를 가한 C대위는 감봉으로 마무리된 것은 경미한 처분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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