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떨어진 당진도 흔들렸다···서산 롯데케미칼 폭발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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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2시 59분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4일 오전 2시59분쯤 서산 대산 공장서, 중상 2명 #주민도 부상, 큰 폭발음 태안과 당진서도 들려

4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4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불기둥이 수십m 높이로 크게 솟구쳐 주변 하늘이 빨갛게 보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 화재로 이날 오전 9시 현재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31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공장관계자 8명이고 인근주민 23명이다. 이 중 근로자 2명은 부상이 심해 충남 천안 대형병원으로 이송했다.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생명에 지장이 있는 부상자는 없는 것 같다”며 “서산시청에서 부상자를 접수하고 있으며 폭발음에 놀란 주민 등도 부상자로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 롯데케마칼 대산공장에서 화재가 났다. [사진 소방방재청]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 롯데케마칼 대산공장에서 화재가 났다. [사진 소방방재청]

소방당국은 인접 소방서 가용 인력과 장비까지 출동하는 대응 광역 2단계를 발령하고, 240여명과 차량 38대를 동원해 오전 9시 불을 완전히 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납사(나프타) 분해 센터에서 폭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납사는 화학제품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1200도 이상 초고온으로 납사를 열분해하면 에틸렌·프로필렌·열분해 가솔린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소방 관계자는 "에틸렌 생산 과정에서 난 사고로 추정된다"며 "납사 분해 공정 중 압축 라인에서 폭발이 난 것 같다는 공장 측 설명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폭발 충격 여파로 공장 주변 상가·민가 피해도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지진이 난 것 같은 매우 큰 진동으로 창문이 깨지거나 건물의 시설물과 외벽이 떨어져 내렸다는 신고도 소방본부에 여러 건 접수됐다. 공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깜짝 놀라 잠에서 깨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4일 오전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난 폭발 사고 여파로 인근 건물 창문이 부서졌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난 폭발 사고 여파로 인근 건물 창문이 부서졌다. [연합뉴스]

대산읍 독곶2리 김종극 이장은 "마치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처럼 두 번에 걸쳐 폭발이 일어났다"며 "우리 마을에서도 충격으로 지붕이 무너져 다친 사람이 있는 등 동네 전체가 아수라장"이라고 말했다. 서산시는 두 차례 안전 문자를 발송하고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진동은 대산공단에서 수십㎞ 떨어진 당진과 태안에서도 느껴질 만큼 컸다. 당진시 석문면 한 편의점주는 "갑자기 막 흔들려서 지진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며 "멀리서도 대산공단 쪽 하늘이 빨갛게 보일 정도로 불이 컸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대산공장 내 10개 시설 중 7개의 가동을 중단했다. 재가동 일정은 납사 분해 센터 정비 상황에 맞춰 조정할 계획이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인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화학 사고가 반복된다.

서산=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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