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북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청와대는 ‘신중 모드’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현재로써는 청와대가 따로 입장 낼 계획이 없다”며 “오전 회의 때 관련 내용은 공유됐지만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통일부나 국방부 등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입장을 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그간 북한 당국자들의 담화나 비난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2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찾아와 국민에게도 낯익은 김 부부장이 직접 청와대를 비아냥댄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청와대는 북한이 발사체 두 발을 동해 상으로 쏜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연 뒤 “북한이 작년 11월 말 이후 3개월 만에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재개하고 특히 원산 일대에서의 합동 타격훈련을 계속하여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발표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청와대의 이런 입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몰래몰래 끌어다 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 등의 표현을 써가며 청와대를 자극했다. 김 부부장은 다만,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