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폐렴은 엑스레이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연구진, 국내 환자 9명 영상소견 분석 #X레이는 9명 중 3명 확인, CT는 8명 포착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윤순호 교수 등 국내 의료진 7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엑스레이·CT 등 영상 소견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대한영상의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Korean Journal of Radiology)에 게재된 'COVID-19에서의 영상의학적 소견: 한국 환자 9 케이스 분석'이란 논문이다.
코로나19 폐렴 환자 9명 중 X레이 포착은 3명
연구진은 지난달 9일 당시 29명이던 국내 코로나19 환자 중,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9명의 엑스레이와 CT를 분석했다.
엑스레이 촬영과 진단에선 환자 9명 중 3명만 이상 소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CT 촬영결과 9명 중 8명은 폐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은 엑스레이 촬영만으론 폐렴 유무를 판단할 수 없었다.
환자 중 1명은 첫 CT 촬영에서는 별다른 소견이 없었지만, 일주일 뒤 CT 촬영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코로나 폐렴, CT에선 유릿가루처럼 뿌옇게
폐는 원래 공기로 가득 차 있어 대부분 검게 보이는 게 정상이다. 염증이 생겨 조직이 붓거나 액체가 나올 때, 또는 조직이 굳어지면 CT에서 흰 음영으로 나타난다.
9명 환자를 찍은 CT 모두 정상이라면 까맣게 찍혔어야 할 폐가 전반적으로 뿌옇게 찍혔다. 유릿가루를 뿌려놓은 듯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간유리 음영(Ground Glass Opacity, GGO)'이라고도 한다. 특정 부분에 눈에 띄게 발생한 병변은 적은 편이었다.
9명 중 8명이 양쪽 폐에 모두 이상소견을 보였고, 1명만 한쪽 폐에 이상소견을 보였다. 뿌옇게 보이는 부위는 주로 폐의 바깥쪽(80%)과 아래(50%), 뒷부분(67%)에 많았다.
특히 오른쪽 아래 폐에 많았는데(8명), 이 부분은 기도가 수직으로 내려가 닿는 부위이기 때문에 원래 폐렴이 생기기 쉬운 부위로 알려져 있다. 폐 뒷부분도 누워있는 환자의 경우 폐렴이 많이 발생하는 부위다.
"사스·메르스에 비해 X레이 포착 쉽지 않아"
연구진은 “코로나19도 바이러스성 폐렴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영상 소견이 유사하지만, 강도가 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엑스레이 검사로 최대 82.4%까지 포착하는 사스, 83.6%까지 확인 가능한 메르스에 비해 포착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특정 부위에 눈에 띄는 병변이 생기기보다 전반적으로 뿌옇게 변하는 환자가 45%로, 중국 연구진이 밝힌 비율(45~67%)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콕 집을 수 있는 병변이 없이 전반적으로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긴 사례는 메르스에서 14~40%, 사스에서 50% 정도다.
연구진은 “사례 수가 적고, 이미 입원치료 중인 환자들의 사례를 모아 정리하기 때문에 연구 조건이 통일되지 않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에 대한 CT 사진 정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논문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