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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코로나 '심각'에 KTX 승객 80% 급감, 50% 줄어든 시외버스..."텅 빈 채 다녀"

중앙일보

입력

서울역에서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그 뒤로 역 구내가 평소보다 크게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서울역에서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그 뒤로 역 구내가 평소보다 크게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83.9%."

 일요일이었던 지난 1일 KTX의 전체 승객은 3만 5000여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2만명)에 비해 무려 84% 가까이 승객이 줄어든 것이다. 이날 ITX-새마을과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승객도 지난해에 비해 82.5%가 감소했다.

'심각' 격상 뒤 철도,버스 승객 급감 # KTX 최대 84%, SRT 67%까지 줄어 # 시외,고속버스도 50% 넘는 감소세 # 경기도 시내버스는 월급 분할 지급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9)이 확산되면서 하늘길이 막힌 항공업계 못지않게 육상 이동을 담당하는 철도와 버스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3일 코레일과 SR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신종 코로나로 인한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걸 전후해 승객 감소세가 가속화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의 경우 이전까지는 전년보다 30~40%가량 줄어든 수준이었으나 '심각' 격상 이후 감소 폭이 커졌다"고 전했다. 격상 당일 감소율은 64%였다.

 이후 승객은 계속 급격히 줄어 지난 주말에는 감소율이 80% 중반을 기록했다. 노선별로는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두드러진 경북과 대구를 경유하는 경부선의 승객이 최대 87%나 줄었다. 호남선은 76%가량 감소했다. 일반열차의 감소세 역시 비슷하다.

KTX 차량 내부에 대한 방역 작업이 진행 중이다. [뉴스 1]

KTX 차량 내부에 대한 방역 작업이 진행 중이다. [뉴스 1]

 이 때문에 평소 열차를 이용하려던 승객들로 붐비던 서울역 등 주요 역이 한산해졌을 정도다. SRT도 상황은 비슷하다. 심각 단계 이전까지 30%를 밑돌던 감소율이 최근에는 67%까지 치솟았다.

 손혁기 SR 홍보차장은 "심각 단계 이전에 대량 확산의 시초가 된 31번 확진자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승객 감소세가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KTX와 SRT 등은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어 열차 내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밀폐된 열차 공간을 꺼리고 장거리 여행 역시 기피하는 현상 때문에 승객이 계속 줄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레일과 SR은 공기업이어서 민간업체인 버스업계보다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특히 버스업계는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더 타격이 크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장거리 이동객이 줄면서 고속버스 터미널도 한산한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장거리 이동객이 줄면서 고속버스 터미널도 한산한다. [연합뉴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버스연합회)에 따르면 승객감소 폭이 가장 큰 업종은 시외버스다. 심각 단계 격상을 전후한 일주일(지난달 21~27일)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전 일주일(1월 11~17일)을 비교하면 승객은 51.1%가 줄었고, 운송수입금은 52.5%(136억원)나 급감했다.

 앞서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25%가량 승객과 수입금이 줄어서 고전하던 시외버스 업계로서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고속버스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고속버스도 시외버스와 마찬가지로 심각 단계 격상 이후 승객은 49.6%, 운송수입금은 49.4%가 감소했다. 수입금 감소 규모는 64억원이다. 지역별로 고속·시외버스업체 중에는 승객감소율이 60%를 넘는 곳도 있다.

대구지역의 시외버스 터미널에는 아예 버스가 몇대 안 보인다. [연합뉴스]

대구지역의 시외버스 터미널에는 아예 버스가 몇대 안 보인다. [연합뉴스]

 시내버스 업계 역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준공영제를 아직 실시하지 않는 지역 중 버스 숫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 시내버스의 타격이 크다. 신종 코로나 발생 이전과 심각 단계 격상 직후 일주일(2월 23~29일)씩을 비교하면 수송 인원은 36%가 줄었다. 지난달 초 14%가량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그 폭이 훨씬 커졌다.

 운송수입금도 34%, 금액으로는 100억원이 급감했다. 경기도 시내버스업체들은 수입금 부족으로 인해 임금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는 지난달 지급할 예정이던 월급과 상여금을 두 차례 나눠서 지급키로 하는 등 고육책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호 버스연합회 상근부회장은 "버스업계, 특히 시내버스는 지자체 소관이어서 중앙정부의 지원 대상으로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상당수 버스업체가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을 우려도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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