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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떨고 있는 요양병원들…경기도만 '예방적 코호트'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드론으로 청도 대남병원 건물 전체 소독 작업을 하는 모습. 대남병원 집단발병 사례가 있지만, 아직 중소병원에 대한 코로나 대책은 부실해, 각 병원에서 알아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드론으로 청도 대남병원 건물 전체 소독 작업을 하는 모습. 대남병원 집단발병 사례가 있지만, 아직 중소병원에 대한 코로나 대책은 부실해, 각 병원에서 알아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고령자가 이용하는 요양원ㆍ요양병원,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폐쇄병동 등에서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설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국내 확진자가 4000명을 넘은 2일까지 상당수 시·도에선 지자체 차원의 지원·대책 없이 개별 병원·시설의 자구책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취약한 중소병원 "1명 걸리면 다 걸릴텐데"

청도대남병원 다인실에 환자가 누워있다. 중앙임상위원회 제공

청도대남병원 다인실에 환자가 누워있다. 중앙임상위원회 제공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이날 오후까지 코로나19로 국내에서 숨진 환자 26명 중 60대 이상 고령자는 69.2%(18명)에 이른다.

고령자 중심의 시설에서 감염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대구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94세 여성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전담 병원인 대구동산병원으로 옮겨졌지만 6일 만에 숨졌다. 2일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에서는 85세 여성과 95세 여성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령자와 함께 코로나19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정신병원 등도 마찬가지다. 청도 대남병원의 폐쇄병동에선 집단 감염으로 지금까지 7명이 사망했다.

전국 고령인구, 요양병원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국 고령인구, 요양병원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노인, 정신질환자가 많은 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요양병원은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많아 예후가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시설 내에서 감염이 생기면 ‘제2의 대남병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진의 걱정도 크다. 경북 한 정신과병원의 A과장은 “정신과 폐쇄병동도 고령자가 많아 혈압·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정신 질환의 특성상 증상을 잘 표현하지 않아 병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머물기 때문에 1명만 걸려도 금방 퍼진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요양원 이용 한해 358만명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요양병원 등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33만 2401명, 외래를 오가며 치료를 받은 사람은 315만 8237명이었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요양시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은 2018년 한해 19만 7215명으로 전체 고령인구의 2.5%에 이른다.

특히 대형 병원과 달리 중소 병원은 감염관리, 응급상황 시 대처능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김탁 교수는 “매뉴얼이나 공조시설 등이 완벽하지 않고, 의료진 한 명이 여러 환자를 동시에 보기 때문에 접촉으로 인한 감염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만 "예방적 코호트 실시"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뒤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나선 지자체는 고령 인구와 요양병원 등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다. 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노인요양시설ㆍ양로시설ㆍ장애인 거주시설ㆍ노인요양병원ㆍ정신요양시설ㆍ정신요양기관 1824개소에 대해 2주간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과중한 비용과 불편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방역 조치는 바이러스보다 빨라야 한다”는 취지다.

‘예방적 코호트’는 문을 걸어 잠근 채, 해당 시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어쩔 수 없이 물품을 반입ㆍ반출할 때도 반드시 소독을 거쳐야 한다. 코로나19 집단 치료시설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 등과 유사한 방식이다.

일선 병원,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고령 인구가 경기도에 이어 많은 서울, 3~6위에 해당하는 부산ㆍ대구ㆍ경남ㆍ전남 등엔 적극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요양병원 두 곳에서 확진자가 나온 부산시도 문제가 된 2곳만을 코호트 격리했다.

상당수 일선 요양병원은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 중인 B과장은 “청도 대남병원의 사례를 본 요양병원이 다들 긴장하고 있다. 환자 중 80대가 절반이 넘는 우리 병원도 한 곳만 빼고 출입구를 모두 봉쇄하고 출입자의 체온을 꼭 재는 한편 외부 면회도 자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의 한 정신과병원에 근무하는 C과장도 “병원과 인접한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한 직후부터 면회나 외출을 자제시키고, 타과 대면 진료를 줄였고, 봉사자도 못 오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소 병원엔 지자체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형 병원과 달리 중소 병원은 자체 인력과 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지자체가 나서 감염 관리를 돕고 환자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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