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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숨겨진 경남의 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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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경남에 숨겨진 뇌관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경남 거제~경북 김천을 잇는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 KTX·172.38㎞) 얘기다. 이 사업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호 공약이다. 2022년 착공해 2028년 사업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남부내륙철도 기본설계 용역비 150억원이 통과될 때만 해도 이 사업은 순탄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노선과 정차역을 놓고 자치단체 간 갈등이 커졌다.

1라운드는 합천에서 시작됐다. 해인사가 100만명이 찾는 관광지인 해인사를 위해 야로면 옛 해인사IC 근처에 역을 지어야 한다고 나서면서다. 합천군은 합천읍에 가까운 쪽에 역사를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해인사IC 쪽으로 오면 가까운 거창군이 해인사 편을 들면서 합천군과 거창군으로 갈등이 퍼졌다. 여기다 기초용역 보고서에는 역사 설치 계획이 없던 경북 고령과 성주군도 역사 신설을 요구하면서 전선이 넓어졌다.

2라운드는 창원시로부터 비롯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작성한 기초용역 보고서에 남북내륙철도 노선은 김천~합천~진주~고성~거제 등을 통과하는 노선이다. 하지만 창원시는 지난해 12월 서부경남권 중심 도시인 진주시가 아닌 중부경남에 속한 함안군을 지나 거제로 가는 노선(김천~합천~함안군북~고성~거제)으로 변경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상 서부경남과 중부경남이 쪼개진 것이다.

창원시 주장은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요약된다. 함안군북을 통과하는 쪽으로 노선이 직선화되면 열차 운행시간이 줄고 건설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창원과 김해에 가까워지면서 이용객도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면 진주시는 ‘국토균형발전을 앞세웠다.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받으며 정부에서 추진한 것은 낙후된 서부경남을 살리기 위한 것인데 진주 등을 빼는 건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까지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예정대로 4·15 총선이 치러지게 되면 노선 갈등은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나친 의견 제시는 오히려 간섭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노선을 결정할 정부가 각 자치단체가 내놓은 의견들을 종합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할 때다.

위성욱 부산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