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토박이 … 남은 건 세금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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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값을 우리가 올렸습니까.입주민 대부분이 정부의 강남 개발.,이주 정책에 따라 입주해 20여년 이상 거주한 토박이로 살면서 강남 발전에 이바지한 죄밖에 없어요.그런데 마치 투기꾼 취급하며 세금폭탄을 퍼부으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난 26일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라는 말만 들어도 분통이 터진다"며 사래를 쳤다.

"20년 이상 말없이 한곳에서 살아온 선량한 주민들이 왜 종부세 부과의 피해를 입어야 하냐"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또 지자체에 재산세를 내고 있는데 또다시 정부에서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세이며 위헌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 정책을 쓰는 바람에 낡은 아파트에서 언제까지 살아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숨을 쉬었다.

◇종부세 부과에 왜 반발하나
= 첫번째는 이른바 토박이론이다.

대부분의 입주민들이 준공 초기에 입주해 20여년 이상 거주한 토박이여서 '강남 아파트 부기 바람'과 상관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35평형에 살고 있는 최만섭(72) 전(前)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정부에서 강북 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허허벌판이었던 강남을 개발해 이주정책을 펼친 것이 아니냐"며 "아파트 주민의 대부분이 진흙바닥에 장화를 신고 다니며 생활한 토착민으로 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선량한 주민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입주민의 상당수가 연금 수입에 의존해 살아가는 고령이어서 종부세를 부담하기에 경제적으로 버겁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교사 출신 박모(65.여)씨는 "아파트 주민의 70%이상이 6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연금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는데 강남의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에다가 종부세까지 물어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두번 죽이는 처사가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61평형에 살고 있는 박씨는 지난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한채만 산정한다면 공시지가가 13억원으로 46만원의 종부세를 물면 되는데 지방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1억5000만원(공시지가 기준)짜리 땅이 있는 바람에 130만원의 종부세를 납부해야 했다는 것이다.

주민 이모(64.여)씨는 "우리는 정당하게 부과된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민의 살까지 뜯어내는 세금 정책에 반발하고 분노하는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종부세 부과대상이 지난해 9억원이상에서 올해부터 6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는데다 아파를 팔고 싶어도 세금 부담으로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주민 안모(65.여)씨는 "예를 들어보자. 정부에서 공시지가를 확 올려버리는 바람에 우리 아파트 50평형대의 경우 3억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물어내한다.이돈으로 강남의 같은 평형대는 불면 분당의 30평형대의 아파트밖에 살수 없는 것아니냐"며 "차라리 정부에서 우리 아파트를 매입하고 대신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를 건립해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지역 아파트의 경우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에 비해 36~42% 상승하는 등 정부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왜 재건축에도 발목잡나
= 주민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아파트 재건축.

주민 사이에는 준공된지 24년이 되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생활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몇년전부터 아파트 재건축 문제가 조심스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개발이익 환수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아파트 재건축이 물 건너 간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불만이 팽배해 있다.

김모(55.여)씨는 "말이 강남에 있는 아파트지 아파트 상당수의 배관이 녹이 슬어 녹물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욕실과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설어 쾌쾌한 냄새가 나는데 정부에서 갑자기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개발이익 환수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면 낡은 아파트에서 아무런 대책없이 계속 살라는 말이냐 "고 언성을 높였다.

주민들은 또 "주차장 협소와 엘리베이트 노후 등 잘잘한 생활불편은 그럭저럭 견딘하고 하더라도 전기과부하로 인한 안전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고액의 세금을 계속 물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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