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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잡기’ 규제 이번엔 세·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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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가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가 2·20 대책으로 ‘수·용·성(경기도 수원·용인·성남)’을 누르자 세종·대전·인천과 경기도 화성의 아파트값이 들썩인다.

2?20대책으로 수·용·성 집값 주춤 #대전 작년부터 신축 수요 몰리고 #세종시 가격도 올들어 5.3% 뛰어 #정부 정책, 풍선효과만 부추겨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세종시 아파트값은 5.3% 올랐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정부세종청사 주변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세종시 종촌동 제일풍경채 에듀파크 84㎡형(전용면적)은 지난해 12월 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엔 5억47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두 달 새 1억6700만원 올랐다. 어진동 더샵 레이크파크 84㎡형도 지난해 12월 4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초 5억6000만원에 팔렸다.

세종·대전·인천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종·대전·인천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종시는 각종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 그런데도 아파트값이 오르는 데는 가까운 대전 아파트값이 오른 영향이 크다. 이동환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대전의 오래된 아파트를 팔면 더 넓은 면적의 세종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다. 그래서 대전에서 세종으로 넘어가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0.63% 하락했지만 대전은 0.27% 올랐다. 대전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오르는 양상이다. 지난달 첫째 주 0.17% 올랐던 대전 아파트값은 둘째 주(0.31%)와 셋째 주(0.53%)를 거쳐 넷째 주(0.75%)로 갈수록 상승 폭이 커졌다.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에선 주변 시세보다 다소 비싼 3.3㎡당 1500만원 선에 새 아파트가 공급됐다. 그러자 기존 아파트값도 같이 올랐다. 대전은 조정대상지역 같은 규제 대상이 아닌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피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지난해 3월 도안신도시에서 분양한 대전 아이파크시티(2단지)는 평균 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화성과 인천도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규제 대상에서 비켜난 화성 아파트값은 지난달 첫째 주 0.45% 올랐고 둘째 주(0.74%)와 셋째 주(0.82%)를 거쳐 넷째 주(1.07%)로 갈수록 가파르게 뛰었다. 인천 아파트값 상승 폭도 지난달 첫째 주 0.07%에 이어 둘째 주(0.11%)와 셋째 주(0.3%)·넷째 주(0.4%)로 갈수록 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했던 ‘제2의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과 검단신도시 등이 있는 인천은 부동산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2의 수·용·성’으로 꼽혔던 지역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새 교통망이 들어서거나 각종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흘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인 규제를 되풀이하면 한쪽을 누를 때 다른 쪽이 오르며 지역만 바뀌는 식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수도권 외곽 일자리 창출 등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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