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전력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영업적자(연결기준 1조3566억원)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수조원의 흑자를 내던 한전이 재작년부터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데는 저조한 원전 이용률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전 이용률 떨어져 원가 상승 #덜 덥고 덜 추운 날씨도 영향 #총선 후 전기료 인상 논의 예고
적자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여름엔 덜 덥고, 겨울엔 덜 추운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에어컨·보일러 등을 덜 돌리다 보니 전기 판매 수익이 전년보다 9030억원 감소했다. 공짜로 나눠주던 무상 온실가스 배출권이 줄어든 것도 적자를 키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 대신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비싼 태양광·풍력 등 비중을 높인 것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탈원전 이전 80~90%이었던 원전 이용률이 70%로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올해 원전 이용률이 70% 중반으로 회복하면 영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1월 말부터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전 실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산 부품 조달 차질 등으로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전기판매량도 하락세를 보이는 탓이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미 한전은 지난해말 이사회에서 전기를 덜 쓴 가정이 받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없애는 식으로 요금 조정을 했다. 또 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한전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전기 요금 체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