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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중국인이 코로나 증상…법원 발칵, 판사도 격리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의 한 법정에선 중국인 A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그는 전자금융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심사에 참석한 A씨는 재판에서 변론 내용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장 심사는 30분만에 끝났고, A씨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영장 심사 끝난 뒤 "코로나 검사받았는데…"

 광주지법 법정을 방역하는 방역업체 직원들.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뉴스1]

광주지법 법정을 방역하는 방역업체 직원들.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뉴스1]

그런데 이날 밤, 법원 직원들은 A씨를 조사했던 경찰서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경찰관은 “A씨를 조사할 때 기침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법원엔 비상이 걸렸다. A씨의 영장심사를 담담한 부장판사를 비롯해 그와 법정에서 접촉한 직원만 3~4명이었다. 밀접 접촉 직원과 한 사무실을 쓴 다른 직원들, 보안검색대 요원, 사회복무요원까지 30여명 가까운 법원 직원들이 하룻밤 사이에 자가격리 대상이 됐다. 해당 법정동은 출입구 일부가 폐쇄됐다.

이런 소동은 다음날 오전 경찰이 “검사 결과 A씨가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알려오며 끝났다. 법원은 방역만 실시하고 판사 등의 자가격리 조치를 해제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전체 업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눈 앞이 아찔했다”며 “재판 관계인은 법원 청사에 출입하기 전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다면 미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 앞 커피숍도 '빨간불'

지난 23일 수원지법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전날 코로나19 여섯번째 확진자가 수원지법 바로 앞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을 다녀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토요일이라 재판이 없는 날이었지만, 공교롭게도 그 날 법원 직원의 결혼식이 청사 내 예식장에서 열려 그 커피숍을 방문한 직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수원지법은 그곳을 방문한 직원들을 급하게 자가격리했다. 재판 휴정기도 앞당겨 지난 24일부터 2주간 긴급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재판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불가피하게 재판이 열릴 땐 법정 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허가된다.

검찰 조사 피하려 꾀병도

서울중앙지검에서도 비슷한 ‘해프닝’이 있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으러 출석한 참고인이 “감염자와 접촉한 것 같다”고 얘기해 검찰청 직원이 그를 보건소로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 알고 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검찰 조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핑계를 댄 것이다.

이처럼 주요 사건들이 몰린 수도권 지역 검찰과 법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경우 파장이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검 소속 검사들은 “본가가 서울에 있더라도 당분간은 올라오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관련자들을 있따라 소환하며 속도를 내던 ‘삼성 합병 의혹’ 수사도 소환을 당분간 늦추기로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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