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리 급락, 원유 50달러 붕괴…시장 전방위로 번지는 코로나 쇼크

중앙일보

입력

‘C(코로나)의 공포’가 시장을 삼켰다.

26일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1.28% 내린 2076.77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4일 3.87% 급락하는 충격을 딛고 회복하는 듯 했던 지수는 하루 만에 다시 고꾸라졌다. 일본ㆍ중국ㆍ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도 1% 안팎 나란히 하락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에 26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도쿄 시내 아시아 주가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에 26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도쿄 시내 아시아 주가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우존스 산업, 나스닥 종합,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24일(현지시각)과 25일 이틀 연속 3%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아시아 증시에 다시 충격을 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당 원화가치는 1216.9원으로 내려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온 이날 오전엔 장중 1220선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국내ㆍ외 경제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증시ㆍ외환은 물론 채권ㆍ현물시장까지 영향권이다. 이날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1.34%로 주저앉았다(채권가치 상승).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위기가 아시아 전역, 북미, 유럽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로 번지면서 세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가능성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연쇄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시장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엔화, 금 같은 대표적 안전자산 가격도 코로나 공포 심리를 타고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원유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원유 가격 배럴당 50달러 선이 붕괴했다. 2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9.9달러에 거래됐다. 하루 전보다 1.53달러 내리며 50달러 선이 무너졌다. 지난 10일 이후 2주 만에 다시 50달러 선이 깨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석유 관련 기업 주가의 하락이, 정보기술(IT)주와 함께 주가지수 추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을 준비할 시기를 이미 놓쳤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크루그먼 교수.[뉴시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을 준비할 시기를 이미 놓쳤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크루그먼 교수.[뉴시스]

벌써 시장에선 ‘대응이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각종 지수가 이를 증명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대비할 시기를 확실히 놓쳤다”고 진단했다. 25일 ‘우리는 질병 대유행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We‘re not ready for a pandemic)’는 제목의 칼럼에서다.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에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3가지를 꼽았다. 우선 ▶중국 경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이미 초저금리 상황이라 금리 인하 카드가 먹힐 가능성이 작으며 ▶트럼프 정부가 공중 보건 위기에 대한 준비가 처참하리만큼(woefully)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크루그먼 교수는 밝혔다. 그러면서 크루그먼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알수 없지만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세계 경제는 이렇게 휘청이지 않았다. 당시 증시를 포함한 주요 지표는 거시 경기 흐름에 따라 상승세를 유지했다. 미국 경제지 마켓워치는 사스가 확산한 2003년 4월 이후 6개월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오히려 21.51% 올랐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20년 현재는 다르다. 세계 경제 ‘체력’이 약하고 코로나19 진정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시장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현숙ㆍ문현경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