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부인에도…세계 과학계 "코로나, 세계 대유행 임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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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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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진원지인 중국을 넘어 한국ㆍ이란ㆍ이탈리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전히 “판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 과학자들이 “판데믹 징후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위험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p-word’(판데믹을 지칭)를 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 판데믹 요건 만족시켜”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과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코로나19의 발병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판데믹의 징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벤 카울링 홍콩대 역학 교수는 “이란ㆍ이탈리아ㆍ한국 등에서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바이러스를 억제하는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교수는 “WHO가 뭐라고 말하던 간에 판데믹에 대한 역학적 조건은 충족됐고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립시치 교수는 미 언론 애틀랜틱에 전 세계 인구의 40~70%가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예측 하기도 했다. 다만 감염된 모든 사람이 중증으로 이행되는 것은 아니라며 “많은 이들이 가볍게 앓거나 무증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우한 병원에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우한 병원에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낸시 메소니에 국장도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판데믹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메소니에 국장은 “판데믹에는 첫째 사망 가능성, 둘째 사람 간 감염, 셋째 바이러스과 같은 세 가지 요건이 있는데, 전 세계적 확산을 꼽고 코로나19는 이 같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봉쇄 조치로 판데믹 못 막는다"

WHO는 코로나19가 1월 23일~2월 2일 사이 절정에 달했고, 후베이성을 봉쇄한 중국의 통제 조치가 감염 확산을 막는데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판데믹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나 카울링 교수는 이러한 조치들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봉쇄는 몇 주 혹은 그 이상 시행되어야 효과적이고, 감염자들이 도시 밖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간 입국 제한 조치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공중보건 학자들에 따르면 여행 금지 조치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의약품의 수급을 방해하고 대중의 불안함을 자극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점점 늘어나는 발병국을 전부 입국 제한 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지속 가능한 조치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섣부른 학교 폐쇄는 우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건 뭘까. 과학자들은 공중 보건 대응을 재고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봉쇄 조치나 접촉자 추적 및 격리가 곧 과포화 상태가 돼 감당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립시치 교수는 “대부분이 이미 놓친 감염자들을 다시 추적할 수 있는 재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다이 옥스포드 대학 교수는 우한 지역 도시 봉쇄가 바이러스 전파를 2.91일 늦추는 효과 밖에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의학 논문 사전인쇄 플랫폼(medRxiv)에 대중교통 중단ㆍ오락시설 폐쇄ㆍ대중집회 금지 등이 중국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 19. [사진 마크로젠 제공]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 19. [사진 마크로젠 제공]

다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섣부른 학교 폐쇄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이들이 전염병에서 성인에 비해 감염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학교 폐쇄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카울링 교수는 “학교 폐쇄는 아이들이 코로나19 전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난 후에야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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