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인데···트럼프 오자 마스크 없이 10만명 모인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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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2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환영 행사에 인도인 10만명 이상이 모여들어 눈길을 끌었다.

인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 3명...긴장감 덜해 #"10만 명 중 마스크 쓴 사람 거의 없었다" #트럼프가 인도에 공들이는 이유는.. #①대선 인도계 표심②무역 협상③중국 견제

인도 방문 첫날인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의 세계 최대 크리켓 경기장 '사르다르 파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나마스테 트럼프' 라는 제목의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1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는 이날 10만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했다.

인도 방문 환영 행사에서 포옹하고 있는 양국 정상 [AP=연합뉴스]

인도 방문 환영 행사에서 포옹하고 있는 양국 정상 [AP=연합뉴스]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이 덜하다는 점이 이같은 대규모 인원 동원을 가능케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인도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3명에 불과하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마스크를 착용한 인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AP통신 등은 "화씨 80도(약 26도)가 넘는 고온에도 관중들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10만명 이상 트럼프 환영식에 운집한 관중들의 모습 [유튜브 캡처]

10만명 이상 트럼프 환영식에 운집한 관중들의 모습 [유튜브 캡처]

트럼프는 왜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을까. 그의 목적은 여러 가지다. 일단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인도계의 표심을 공략하는 게 먼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 환영식에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 환영식에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AP=연합뉴스]

인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지난달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인도인 56%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얘기가 다르다. 인도계 미국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2018년 당시 조사에서 28%에 그쳤다. 2016년 대선 당시 등록 유권자인 인도계 미국인은 120만 명이었고 이 중 80%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표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모두에게 중요한 양국 간 무역 협정 체결도 예정되어 있다. 그간 양국 관계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5월 인도의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고 관세를 물리자 인도 정부도 28개 물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면서 맞섰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를 한 데 이어 인도와도 무역 협상을 타결해 '경제적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트럼프의 인도 방문을 앞둔 지난 23일 인도의 한 해변에 트럼프 대통령을 모래사장에 표현한 작품이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인도 방문을 앞둔 지난 23일 인도의 한 해변에 트럼프 대통령을 모래사장에 표현한 작품이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모디 역시 경제 살리기를 위해 미국과의 협상 타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인도를 택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미국과 중국, 인도 모두 '강한 지도자(스트롱맨)'의 이미지로 통하고 있지만, 미국과 인도의 '궁합'이 좀 더 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모두 '민주주의 국가'의 강한 지도자(스트롱맨)라는 이미지가 공통적이다"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인도를 공략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지도자가 늘 구사해왔던 견제 전략이다.

인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화답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무기를 대거 구매할 계획이다. 26억 달러(3조 800억 원) 규모의 시호크 헬기 24대 구매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EPA=연합뉴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EPA=연합뉴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이번 인도 방문은 인도계 표심 공략·무역협상·중국 견제 등 여러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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