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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 대만 리덩후이 전 총통, 엄중한 코로나 상황 속 폐렴 치료중

중앙일보

입력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전 총통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폐렴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우유 급하게 마시다 입원

23일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리덩후이 전 총통은 지난 8일 우유를 급하게 마시다가 숨이 막혀 기침을 심하게 해 타이베이의 한 병원으로 후송됐다.

대만 전 총통이었던 리덩후이가 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민바오]

대만 전 총통이었던 리덩후이가 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민바오]

원래부터 심장병이 있던 그는 심장 기능이 약화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입원 이틀째부터 폐렴 증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침 정도였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현재까지 입원상태다. 의료진은 "리덩후이 전 총통이 폐의 일부에 물이 차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98세의 고령인데다 현재 신종 코로나 상황이 전세계적으로 엄중하다보니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대만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리덩후이 사무실 주임인 왕옌쥔(王燕軍)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덩후이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으며 그의 의식은 맑다"고 밝혔다.

리덩후이가 최근 특별히 이야기를 한 화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왕옌쥔은 "대만 전역이 (코로나) 방역 중이라는 사실은 설 연휴를 지나면서 리덩후이도 알게 됐다"면서 "리덩후이 측은 현재 그의 입원이 방역 당국이나 언론 관계자들에게 부담을 야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리덩후이는 모두의 관심에 감사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리덩후이 전 총통이 병원 신세를 진 건 이번 만은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자택에서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았다. 머리에서 출혈이 있었지만 전담 간호사가 조기에 발견한 뒤 응급조치를 해 중태에 빠지지는 않았다.

올해 98세의 고령인 리덩후이는 본성인(중국 본토 출신이 아닌 대만에서 성장) 출신 첫 대만 총통이다.

장징궈(蔣經國) 총통에 이어 1988년~2000년 대만 총통을 지냈다. 대만이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가는 것을 추구했던 그는 재임 기간 대만 출신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그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정계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총통 재임 중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양국론'을 제기하는 등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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