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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美·동맹방어 군사력 사용"…트럼프 "샌더스 후보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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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뉴햄프셔에 이어 네바다주에서도 승리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3일 내달 3일 슈퍼 화요일에 동시 경선이 열리는 텍사스주에서 유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뉴햄프셔에 이어 네바다주에서도 승리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3일 내달 3일 슈퍼 화요일에 동시 경선이 열리는 텍사스주에서 유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민주, 2016년처럼 샌더스에 후보 뺏을지 주시해야" 

미 민주당 네바다 경선에서 47% 이상 대의원을 확보해 대승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진 찍기용 행사가 아니라 회담이 성공하도록 필요한 외교적 준비를 한 뒤 만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과 외교적 준비해 만날 것, #적대국과 마주 앉는 데 문제 없어" #네바다서 47% 대의원 확보해 압승 #중도 분열, 슈퍼 화요일 독주 분석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방영된 CBS 방송 60분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태양 아래 모든 걸 비판해왔지만, 적대국 사람과 만나는 일은 내게 나쁜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도 트럼프는 준비가 안 된 채 회담을 하러 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나는 그것(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이 사진 찍기용 행사였고,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외교적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전 세계의 적성국과 마주 앉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뉴욕 타임스의 외교정책 설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김정은과 개인적 외교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Yes)"라고 답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외교를 믿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불필요한 전쟁으로 끌고 갈지 우려한다고 했는데 당신도 군사행동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사행동은 가능한 한 드물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더스는 앞서 북핵·미사일 시험을 막기 위한 군사적 선제공격을 검토할 것이냐는 뉴욕타임스 설문에도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CBS 방송에서 군사행동의 조건에 관해 "미국민에 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에는 당연할 것이며, 동맹에 대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도 그렇다"며 "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믿으며, 미국이 단독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평등하게 동맹관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 민주당 네바다 경선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 민주당 네바다 경선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샌더스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경우에 관한 질문엔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가 그런 침공을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고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샌더스는 전날 민주당 대선 경선 3차전인 네바다에서 72% 개표 결과 대의원 47.5%를 확보해 압승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20.8%),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13.7%),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9.4%)을 25%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바이든·부티지지 외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까지 민주당 중도진영의 분열로 3월 3일 슈퍼 화요일까지 샌더스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바다에서 민주당의 기반인 중·남미계 라티노와 흑인 등 유색인종의 압도적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인도 순방을 떠나기 앞서 백악관에서 "샌더스가 어제 네바다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며 "민주당이 빼앗지만 않는다면 샌더스가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인도 순방을 떠나기 앞서 백악관에서 "샌더스가 어제 네바다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며 "민주당이 빼앗지만 않는다면 샌더스가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샌더스가 어제 큰 승리를 거뒀다"며 "민주당이 속여 빼앗지만 않으면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지난번(2016년)에도 많은 사람이 그가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를 눈여겨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NSC 보좌관 "FBI '러시아, 샌더스 대통령 원한다' 보고" 

그는 "나는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면서도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과 그의 그룹이 신문들에 누설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불길한 조짐이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샌더스를 지원한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민주당 지도부를 누설 배후로 지목한 셈이다.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 같은 러시아의 샌더스 지원설 유포에 가세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CBS 일요일 아침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나는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러시아는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아마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샌더스는 군비에서 돈을 빼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쓰고 싶어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샌더스를 매우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고, 애덤 시프가 정보를 누설한 것처럼 들리는 이유도 민주당이 샌더스가 자신을 대표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샌더스에겐 2016년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2016년 대선에서 샌더스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이 본선 후보가 된 것이 민주당 지도부와 슈퍼 대의원(상·하원 의원, 당 간부 등 당연직)이 가로챘기 때문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민주당 경선은 50개 주 경선 결과 1위 후보가 일반 대의원 과반수(*민주당 당규상 절반+1명: 3979명 중 1991명)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7월 밀워키 전당대회에서 771명의 슈퍼 대의원이 추가로 참여한 2차 투표로 과반 지지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후보가 8명인 상황에서 교통정리가 없다면 7월 전당대회가 치열한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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