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선거 정관 개정 둘러싸고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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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체육회장 선거 90일 전 의무 사퇴' 조항을 '직무 정지'로 개정한다. 그러나 체육계 일각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체욱회, 90일 전 사퇴를 직무정지로 전환 시도 #시민단체 등 공정한 선거제도 아니라며 반발

체육회는 오는 27일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대한체육회장의 선거 90일 전 의무 사퇴’ 조항을 ‘90일 전 직무 정지’로 고칠 계획이다. 체육회는 총회에서 심의를 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허가를 받아 개정할 계획이다.

체육회는 지난 1월 열린 지방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사퇴 조항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했다. 출마를 준비하던 인사 중 상당수가 사퇴에 부담을 느껴 아예 선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장 및 지방체육회장은 선출직 무보수 명예직이다. 해당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대학교수, 언론인 등이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인데, 그것을 체육회 선거에 도입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의 경우엔 사퇴가 아닌 직무정지가 된 채 선거에 나선다.

체육회가 개정을 시도하는 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직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만약 이기흥 회장이 사퇴를 할 경우 15명 위원 중 1명의 몫으로 선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이 자동 상실된다,

정관 변경 움직임에 체육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이기흥 회장을 위해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행위라는 것이다. 스포츠포럼 실천,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체육시민연대 허정훈 공동대표(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스포츠문화연구소 최동호 소장(스포츠평론가), 스포츠포럼 실천 서희진 공동대표(건국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체육회의 정관 개정은 ‘인권’과 ‘공정’,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며, 체육회를 사적 권력으로 점유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2020년 예산 3939억 원을 집행하는 대한체육회와 회장의 공공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른 선거인단 선정, 문체부의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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