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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봉준호 감독과 차기작 썸 타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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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곽신애

곽신애

“감독상 받는 순간 ‘어, 작품상이다’ 싶었다. 시상식에서 내가 올라가는 경우는 작품상뿐인데 그 전부터 체감한 것들과 맞물려 감독상이 신호처럼 느껴졌다. 종일 행사하느라 립스틱도 다시 못 발랐는데, 머리가 하얘지면서….”(웃음)

‘기생충’ 제작한 바른손 대표 #“감독상 받는 순간 작품상 직감”

아카데미 4관왕의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52·사진)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가 털어놓은 ‘감 잡은 순간’이다. 지난달 초 시작된 ‘오스카 여정’은 “모든 면에서 역사를 뒤집거나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봉준호 감독과 작품을 함께 만든 곽 대표도 아시아 여성 프로듀서로는 첫 작품상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기 전 그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베푼 오찬에 제작진·배우들과 함께 다녀왔다. 오찬 메뉴 중엔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셰프와 고안한 ‘대파 듬뿍 짜파구리’도 포함됐다고 한다.

곽 대표는 “2015년 4월 봉 감독으로부터 ‘기생충’ 시놉시스를 처음 받았을 때 ‘칸 경쟁부문은 갈 영화다’ 싶었지만, 칸은 물론 오스카 수상도 기대했던 건 아니다”면서 “(청와대 초청도)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기생충’ 열기를 처음 실감한 건 도착 직후인 1월 3일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주최하는 AFI 시상식에 참석했을 때라고 한다. “브래드 피트가 (송강호 배우에게) 악수를 청하는 등 우리 테이블만 너무 붐볐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차차 ‘이들이 우리 영화나 봉준호·송강호 팀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느꼈다”고 했다.

논란이 된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의 수상 소감에 대해선 다시금 “나와 봉 감독이 동의했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CJ실무진을 대표할 수 있는 분이고 내가 키노 있을 때 CGV가 만들어지는 것을 다 지켜봤다. 영화란 것을 같이 꿈꿔온 분이고 우리 영화를 사랑하는 걸 알기 때문에, 행여나 작품상 타게 되면 저, 봉 감독, 이미경 부회장 순서로 정했다. 그런데 봉 감독님은 이미 많은 수상 소감을 말한 터라 마이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고…소감 내용을 미리 알았던 건 아닌데, (여론이) 너무 시끄러워져서 당황하긴 했다.”

곽 대표는 “제작자로선 봉 감독님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편하게 일했다, 후회가 없다’고 한 게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차기작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얘기 나눈 바 없다면서 ‘썸’에 비유했다. “썸 타거나 연애할 때. 나랑 계속 사귈 건가 보네. 서로 그러는 단계랄까. 감독님이 차기작 중에 외국영화 제작사는 따로 있고 한국영화를 우리와 하게 됐으면 좋겠다 기대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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