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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비밀유지 합의 공개하라" 집중포화 당한 블룸버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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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美 가장 유명한 사회주의자, 집 세 채 백만장자"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 밤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TV토론에 참석한 가운데 다른 후보들의 집중포화를 당했다. 블룸버그와 샌더스 상원의원(왼쪽)이 토론하는 도중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손을 들어 발언기회를 요청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 밤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TV토론에 참석한 가운데 다른 후보들의 집중포화를 당했다. 블룸버그와 샌더스 상원의원(왼쪽)이 토론하는 도중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손을 들어 발언기회를 요청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성희롱 비밀공개 합의서를 쓴 내역을 공개하라."

"극히 소수만 있어…내 농담을 싫어한 것 같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TV 토론에 처음으로 등판했다. 결과는 완패였다. TV 광고에만 4억 달러를 쓴 억만장자 토론 신참에게 8번의 공개 토론으로 잔뼈가 굵은 나머지 5명의 선배 토론 고수들이 집중포화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첫 민주당 토론서 억만장자에 십자포화] #워런 "여성 향해 '뚱보''레즈비언' 등 욕해" #샌더스 "국민 1억 2500만명보다 재산 많아" #클로버샤 "트럼프처럼 세금내역 공개 거부"

이날 블룸버그를 가장 괴롭힌 후보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었다. 워런은 토론 시작부터 "나는 우리가 상대하는 문제가 많은 억만장자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며 블룸버그를 겨냥했다. "여성을 향해 '뚱보 계집', "말상 레즈비언"이라고 욕한 억만장자는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블룸버그 시장"이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 거만한 억만장자에서 또 다른 억만장자로 (대통령을) 대체한다면 민주당은 엄청난 위험을 져야 한다"며 "이 나라는 너무 오랫동안 부자를 위해 일했고 나머지 모든 사람은 힘든 처지에 내버려 뒀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세금환급 내역을 숨기고, 여성을 괴롭히며, 특정 경계지역(redlining)과 불심검문과 같은 인종차별 정책을 지지한 역사가 있는 후보로는 승리할 수 없다"라고도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세금환급 내역에 대해선 "전 세계에 사업체가 있어 수천 페이지가 넘을 것"이라며 "수주 내에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 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TV토론 휴식 시간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블룸버그에 "사내 성희롱 발언으로 여성들과 맺은 비공개 합의 내역을 공개하라"고 공격했다.[AP=연합뉴스]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 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TV토론 휴식 시간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블룸버그에 "사내 성희롱 발언으로 여성들과 맺은 비공개 합의 내역을 공개하라"고 공격했다.[AP=연합뉴스]

그러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미국 대통령이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세금 환급명세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이는 중대 사안"이라며 "당신이 많은 돈을 번 것은 대단하지만 세금 내역은 제출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세금환급 내역을 숨기는 트럼프 대통령에 빗대 블룸버그를 공격한 셈이다.

하지만 결정적 장면은 그 뒤에 나왔다. 워런이 "블룸버그는 사내 성희롱으로 10여명일지 모르는 여성들과 비밀유지 합의(Nondisclosure agreement)에 서명했다"고 폭로하면서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고 몰아세울 때다. 현장 청중도 워런을 응원하며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블룸버그는 "아주 소수의 비공개 합의가 있지만, 당신이 비난한 것과 같은 내용은 없다"며 "그들은 아마 내가 한 농담을 싫어한 것 같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면서 "비밀유지 합의는 침묵을 원한 쌍방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지켜야 한다"며 공개를 거부해 청중의 야유를 받아야 했다.

미국 민주당 경선 라스베이거스 TV 토론에서의 각 후보별 상대 공격 횟수.[NBC방송]

미국 민주당 경선 라스베이거스 TV 토론에서의 각 후보별 상대 공격 횟수.[NBC방송]

선두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억만장자에 부가 집중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며 가세했다. 샌더스는 "블룸버그는 하층 1억 2500만명 미국인보다 더 재산이 많이 있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블룸버그는 뉴욕에서 흑인과 라티노를 겨냥해 불심검문 정책을 폈던 사람으로 다양한 유권자의 표를 결집할 수 없어 당선될 수가 없다"고 당선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블룸버그도 "(샌더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그는 억만장자는 존재해선 안 된다는 샌더스 주장에 "이런 논의보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시킬 더 쉬운 방법을 생각할 수 없다"며 "우리는 자본주의 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이 공산주의라고 불리는 그런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샌더스가 민주 사회주의자인 자신을 공산주의라고 부른 것은 "비열한 발언"이라고 하자 "우리가 얼마나 멋진 나라에 사는지 아느냐.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회주의자는 우연히 집 세 채를 가진 백만장자"라고 받아쳤다. 버몬트 저택과 워싱턴 DC의 타운하우스를 포함한 부동산 세 곳과 2016년 이후에만 저서 인세로 175만 달러를 벌었을 만큼 그의 재산이 200만~300만 달러로 알려진 것을 비꼰 셈이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NBC 방송 집계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다른 후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45차례에 걸쳐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많은 공격을 당한 후보는 샌더스로 절반 이하인 22회였다. 3위는 부티지지였다. 반대로 다른 후보를 가장 많이 공격한 후보는 샌더스로 32회 중 13회가 블룸버그를 향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발언 시간도 워런(16분 13초), 클로버샤(16분 9초), 샌더스(15분 52초), 부티지지(15분 33초), 조 바이든(13분 59초)에 이어 가장 짧은 13분 44초에 불과했다. 발언 기회를 얻어야 하는 토론 경쟁에서도 밀린 셈이다.

트럼프 "나처럼 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조롱   

트럼프 대통령도 토론이 끝난 뒤 트위터에서 "내가 해낸 일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블룸버그를 조롱했다. "꼬마 마이크의 오늘 밤 토론 성적은 아마도 역대 토론 사상 최악"이라며 "정말 나쁜 순간들도 있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더듬고 갈팡질팡하고 극도로 무능했다"며 "그를 경선에서 탈락시키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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