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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파면!"…교수 없는 강의에 수강신청하는 연대생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연세대 정문 앞에서 열린 류석춘 교수 파면 촉구 퍼포먼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연세대 정문 앞에서 열린 류석춘 교수 파면 촉구 퍼포먼스. [연합뉴스]

"류석춘을 파면하라! 파면하라!"

대학 개강을 앞두고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해임과 파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연세민주동문회·정의기억연대·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연세출신종교인모임은 20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에 징계 절차를 조속히 밟을 것과 수사 당국의 구속을 촉구했다. 류 교수에게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9월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자발적으로 매춘에 나선 것이고 일본 정부는 이를 방치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간 것인가'라고 묻자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며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되물어 성희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사 없는 과목에 수강신청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진행할 예정이었던 '경제사회학' 수강신청 란에 교수 이름이 비어 있다. [사진 연세포털서비스 캡처]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진행할 예정이었던 '경제사회학' 수강신청 란에 교수 이름이 비어 있다. [사진 연세포털서비스 캡처]

연세대는 현재 교원인사위원회에서 류 교수 징계를 논의하고 있다. 인사위는 최근 결의를 통해 류 교수가 올해 1학기에 맡기로 한 전공과목 '경제사회학'과 교양과목인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의 강의편람에서 류 교수 이름을 뺐다.

이 두 과목을 어떤 교수·강사가 맡을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강사가 정해지지 않은 강의에 수강 신청을 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신청자 수가 일정 수준이 안되면 강의가 폐쇄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정의기억연대와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지난해 류 교수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1월 류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서대문경찰서는 수사 결론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류 교수는 1학기 강의계획서를 내고 여기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저서 『반일 종족주의』를 부교재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또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일 종족주의』는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란 발생 5개월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뉴스1]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뉴스1]

이날 한동건 민주동문회장은 집회 발언에서 "류 교수가 강의에서 배제되기는 했지만, 학교 측이 명확하게 (배제)한 것은 아니다"며 학교 당국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민주동문회는 "학교의 징계 논의 절차가 지난 5개월 간 더디게 이뤄져 왔다"며 "답보 상태에서 개강을 하면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연대하고 교내 학생위원회 등과 함께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처장은 특히 류 교수의 발언 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쥐죽은 듯 침묵하다 시민단체의 주장에 힘입어 뒤늦게 과거를 떠벌리는 것'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는 숨어지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인식이 내재돼 있다는 걸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연세출신종교인모임 조영식 목사(신학과 77학번)는 "연세대는 진리와 자유를 토대로 한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진 학교인데 이번 일을 보면서 커다란 자괴심을 갖게 됐다"며 "류 교수가 발언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교내 행진. [연합뉴스]

6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교내 행진. [연합뉴스]

류 교수는 올해 1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이 예정돼 있다. 류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입장은 내가 내고 싶을 때 낼 것"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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