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의한 중국 사망자가 2118명을 기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0일 발표에서 19일 하루 11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 환자 통계 일주일 만에 또 바꿔 #확진 환자 수가 너무 많아 부담 느꼈다는 지적 #비 새는 훠선산 병원 방수 공사 노동자는 #일당 못 받다가 언론 보도되자 바로 받기도
생명이 위험한 중증 환자 수는 19일 자정 현재 1만1864명이나 됐다. 누적 확진 환자는 7만4576명으로 전날의 7만 4185명에서 크게 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일주일 만에 또다시 통계를 바꿨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12일 임상진단 환자를 보다 빨리 치료하기 위해 확진 환자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9일 입장을 바꿨다. 임상진단 환자를 다시 원래대로 의심 환자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진단 방법이 개선돼 임상진단 환자가 확진 환자인지 아닌지 구분이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환자 수가 너무 많다는 데 부담을 느껴 또다시 통계에 손을 댔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중국 당국의 통계가 오락가락하며 신뢰를 잃고 있는 가운데 밀려드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병원 건설에 나선 농민공(農民工, 농촌 출신 노동자)이 제때 임금도 못 받고 마스크 등 방호 장비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농민일보(農民日報)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탕빈(湯斌) 등 10여 명의 농민공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의 방수 작업을 시작한 건 지난 14일부터였다. 훠선산 병원은 급증하는 우한의 신종 코로나 환자 수용을 위해 7000여 명의 인력이 밤낮없이 속도전을 펼친 끝에 10일 만인 지난 2일 완공해 4일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한 곳이다.
중국 각 군에서 차출한 1400여 명의 군의관이 1000여 개의 병상을 갖추고 확진 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한데 지난 14일 큰비가 내린 뒤 병원의 이곳저곳이 새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탕빈 등은 바로 이 방수 작업에 투입되면서 낮일은 600위안(약 10만2000원), 밤일은 1200위안을 받되, 14일 일한 것은 이튿날인 15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농민일보 기자가 17일 취재할 때까지 일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다음날 준다고 하면서 사흘이 지난 것이다. 게다가 확진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인데 이들에게는 하루에 단 한 개의 마스크와 생수 한 병만 제공됐다. 규정에 따르면 4시간을 작업할 때마다 마스크를 바꿔야 한다.
“우리 돈으로 마스크를 사려고 해도 살 데가 없어요.” 탕빈의 하소연이다. 또 일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해 여러 병의 생수가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인데 달랑 한 병만 제공되니 임금도 못 받는 처지에서 제 돈으로 물을 사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훠선산 병원에서 일하는 농민공이 임금도 못 받은 채 일하고 있다는 게 18일 중국 언론에 보도되며 네티즌 사이에서 공분을 일으키게 되자 부랴부랴 그날로 임금이 지급됐다. 언론 감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언론 보도가 없었으면 임금 지급은 계속 미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신종 코로나 발생을 최초 폭로한 후 사망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말이 언론에 제때 보도됐더라면 우한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