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끼어든 코로나 가짜뉴스···목동 맘들 뒤집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양천구 목동의 목운중이 이달 초 학부모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잘못된 정보를 공지했다. [사진 목동 주민]

서울 양천구 목동의 목운중이 이달 초 학부모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잘못된 정보를 공지했다. [사진 목동 주민]

이달 3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학부모들은 발칵 뒤집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2번 확진자가 지난달 26일 경기 부천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당시 바로 옆자리에 목동 목운초 학부모 A씨가 앉았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만일 A씨가 12번 확진자로부터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면 목운초 등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번지고 지역 사회로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목동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가 형성돼 있다.

그러자 A씨 자녀가 다니는 목운초는 4일부터 8일까지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 학원 등도 속속 문을 닫았다. 5일에는 서울시교육청이 학원 50여 곳에 휴원을 권고하기도 했다.

검사도 안 했는데 “음성 판정이래” 

서울시의회 B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나서면서 사건은 복잡해졌다. 그가 3일 밤 양천구보건소에 학부모 A씨 상태를 알아봤는데 “신종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서 괜찮다”는 답을 들었고, 즉시 목운초와 목운중에 “A씨가 보건소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으니 안심하라”고 알렸다. B의원은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이 사실을 널리 알려달라”고도 했다. 목운초와 목운중은 울타리 없이 붙어 있다.

그러나 실제 A씨는 2일부터 자가 격리된 상태였을 뿐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사하지 않았으니 양성 혹은 음성 판정을 받지도 않았다. 17일 현재 A씨는 자가 격리도 풀린 상태다. 결국 B의원이 ‘가짜뉴스’를 퍼뜨린 셈이다.

목운초와 목운중은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전했다가 “사실이 아니다”고 수습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러는 사이 학부모 등의 혼란은 커졌다.

목운초는 2월 4일부터 8일까지 휴업했다. [중앙포토]

목운초는 2월 4일부터 8일까지 휴업했다. [중앙포토]

보건소가 B의원에게 부정확 정보 전달

그럼 양천구보건소는 왜 거짓 정보를 B의원에게 전한 걸까. 보건소장은 중앙일보에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종코로나 의심 환자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사실을 A씨 사정인 것으로 착각하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부천시보건소와 양천구보건소 사이에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보건소는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B의원은 추가 검증 없이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켰다.

B의원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려다 의도치 않은 상황이 벌어져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특히 정치인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면 아무리 의도가 선해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엄청나게 부추길 수 있다”며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검찰, B의원 수사 착수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달 6일 B의원에 대해 “가짜뉴스를 퍼뜨려 A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주민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낼 예정이다.

정부는 신종코로나 가짜뉴스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최초 생산자뿐만 아니라 중간 유포자까지 추적해 잡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악의적·조직적 행위일 경우 구속 수사까지 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범죄도 중점 수사 대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온라인에 게재된 가짜뉴스 등을 삭제하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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