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공포…'최대명절' 김정일 생일도 제대로 안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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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는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16일)에도 불구하고 중앙보고대회 등 매년 개최했던 대규모 경축 행사를 줄줄이 취소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2011년 12월)한 이후 경축 행사 취소는 올해가 처음이다.

중앙보고대회, 경축야회 등 국가 행사 취소 #김정일 사망 후 국가행사 미개최는 처음

정부 당국자는 17일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최대의 명절로 여기고 있다”며 “매년 중앙보고대회(기념식)와 예술단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축하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올해는 관련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78주년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6일 보도했다.(왼쪽) 올해 김 위원장을 수행한 간부 규모가 예년에 비해 대폭 줄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총력전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른쪽은 지난해 광명성절 참배 사진.[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78주년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6일 보도했다.(왼쪽) 올해 김 위원장을 수행한 간부 규모가 예년에 비해 대폭 줄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총력전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른쪽은 지난해 광명성절 참배 사진.[사진 연합뉴스]

과거 북한은 매년 2월 15일에는 당ㆍ정ㆍ군 간부들이 대거 참석하는 중앙보고대회를, 16일 밤에는 날씨와 상관없이 주민들과 청년들을 동원한 대규모 경축야회를 열었다. 또 군부에선 별도로 충성결의 대회를 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관련 동향을 내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17일 오전까지 대규모 행사와 관련한 일체의 보도가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6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지역 또는 기업소 등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동상에 헌화하거나 소규모 공연이 진행되긴 했지만, 사실상 국가 단위의 행사를 전부 취소한 것이다.

당국은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을 우려한 북한 당국의 조치로 보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매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 수십명의 간부들을 대동했지만, 올해는 정치국 핵심 인사 18명만 동행했다”며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대거 발생하자 감염 및 예방 차원에서 행사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 및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한 북한은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자 지난달 30일부터 국가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전염병 예방 활동을 강조하고 김재룡 내각 총리가 경제현장을 찾으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검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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