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찰 사건이 돈 된다"…경찰 출신 변호사 모시는 로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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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법무법인(로펌) 경찰 출신 변호사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법무법인(로펌) 경찰 출신 변호사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서 대형 로펌을 위주로 변호사 업계가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르면 7월부터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까지 쥐게 되면서 경찰 단계에서의 수사 대응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들은 경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고 경찰 수사 대응팀까지 따로 꾸리고 있다.

"검찰 시대 저문다" 경찰 전관 영입경쟁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경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경찰 수가 많지 않은 만큼 그 희소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대형 로펌의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조정 관련 동향 파악을 위해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로펌 내부에선 ‘검찰의 시대는 저물어 간다’는 말도 종종 나온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 [뉴스1]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 [뉴스1]

중앙일보는 이른바 6대 로펌(광장·김앤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과 최근 경찰수사대응팀을 신설한 법무법인 지평에 경찰 출신 변호사 현황을 확인했다. 그 결과 대형 로펌이 일제히 경찰 경력이 있는 법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법인 율촌과 지평은 경찰수사대응팀을 만들고 경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 태평양도 경찰 전담팀을 새로 꾸릴 방침이다.

"경찰 출신, 커뮤니케이션에 강점"

로펌에서는 경찰 사건이 꾸준히 늘어온 데다 수사권조정안까지 통과되면서 경찰 출신 변호사의 영향력과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경찰 전관의 사건 청탁은 불가능한 얘기지만 경찰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확실히 강점이 있다”며 “검찰 출신 변호사가 검찰청에 방문해 상담하는 것처럼 경찰 출신은 경찰서에 찾아가 쟁점에 관해 이야기하기 편하다”고 했다. 대형로펌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 수사 사건을 제일 잘 아는 건 아무래도 경찰 출신 변호사다”며 “경찰에 수사종결권까지 부여되면서 경찰 전관의 중요도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대 규모는 김앤장 

김앤장은 지난달 경찰대학장(치안정감)을 역임한 백승호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를 영입했다. 김앤장은 일찌감치 경찰 출신 변호사를 다수 영입해왔다. 정확한 경찰 전관 숫자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40여명 수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김앤장은 수년 전부터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경찰 수사관들도 전문위원 자격으로 다수 영입해왔다.

곽정기 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뉴시스]

곽정기 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뉴시스]

김앤장은 지난해 말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버닝썬 수사를 이끈 곽정기(연수원 33기) 변호사를 영입했다. 연봉 등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출신 수준의 ‘특A급’ 대우를 약속했다고 한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에 따르면 곽 변호사가 경찰을 나온다는 얘기가 돌자 김앤장은 물론 광장·태평양 등이 대대적인 영입전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팀 만들고…경찰 출신 매년 늘어

태평양은 현재 7명의 경찰 출신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분당경찰서 수사과장 등으로 근무한 백남수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 등 2명을 지난해 영입했다.

광장은 경찰 출신 변호사만 14명이다. 2017년 9명에서 꾸준히 인력을 보강해왔다. 최근엔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 [뉴스1]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 [뉴스1]

최근 경찰수사대응팀을 신설한 율촌은 2017년부터 매년 2~3명의 경찰 출신 변호사를 보강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 등을 역임한 최인석(35기) 변호사가 경찰 출신 변호사 10명 규모인 경찰수사대응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경찰 출신 변호사가 5명인 세종은 올해 최소 3명의 경찰 전관을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우는 2017년 2명에 불과했던 경찰 출신 변호사의 수를 지난해 6명까지 보강했다.

"경찰은 로펌서 보조 역할" 반박도

경찰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선 반박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이 되더라도 검찰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보긴 힘들다”며 “검찰 출신이 사회 고위층에 전방위로 퍼져 있어서 사건이 그쪽으로 몰린다”고 했다. 경찰대 출신의 한 변호사도 “대형 로펌에서 경찰 출신은 보조 역할이 대부분이다”며 “경찰 출신 변호사가 혼자 살아남긴 쉽지 않은 구조다”고 했다.

정진호·박태인·김수민 기자 jeong.jinho@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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