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1기 비서실장 배재정 출사표···'이낙연 사람들'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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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겁니까”

“그렇게들 보고 있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30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문답이다. “이건 그래서 좀 약점이다, 이런 생각도 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이 총리는 “만약 제가 어떤 조직에 충실한 일원이었다거나, 제 주변에 정치권 인사들이 많이 몰려 있는 그런 생활을 제가 오래 했다면 지금의 저와는 다른 정치인이 돼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반드시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는 본인 당선만큼이나 ‘이낙연의 사람’을 모으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 이후 민주당 내엔 계파가 없다”(수도권 3선 의원)지만 대선 도전을 노리는 정치인에게 ‘자기 사람’을 기반으로 한 ‘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후반부터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대상 지역과 단수후보 추천 지역을 속속 확정하기 시작하면서 많지 않은 이낙연 사람들의 운명도 하나둘씩 정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이 발표한 단수후보 추천 지역 23곳 중에는 배재정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부산 사상과 이상식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이 예비후보로 나선 대구 수성을이 들었다. 배 전 의원은 이낙연 총리 시절 첫 비서실장이었고 김 전 청장은 총리 민정실장을 지냈다. 두 사람은 이낙연 총리실 1기 멤버로 2017년 6월부터 1년 5개월 정도 이 전 총리와 호흡을 맞췄다. 총리실 1기 멤버 중 또 다른 한 명인 지용호 전 정무실장은 서울 동대문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민병두 의원과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문은숙 전 총리실 비서관은 경기 의정부을의 예비후보로 나서 김민철 지역위원장, 임근재 국가균형발전위 국민소통특별위원 등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1일 부산 사상구 우리동네살리기 도시재생 사업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 이 총리의 오른쪽은 오거돈 부산시장, 왼쪽이 배재정 전 의원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21일 부산 사상구 우리동네살리기 도시재생 사업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 이 총리의 오른쪽은 오거돈 부산시장, 왼쪽이 배재정 전 의원이다. [연합뉴스]

전남도지사 시절 측근들 중에는 우기종 전 정무부지사와 이남재 전 정무특보가 각각 전남 목포와 광주 서구을에서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우 전 부지사의 상대는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확정됐다. 두 사람은 모두 신안 출신이지만 이력은 판이하다. 서울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우 전 부지사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이명박 정부에서 통계청장을 지냈다. 초ㆍ중ㆍ고를 목포에서 졸업한 김 전 부시장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 김근태 의원 보좌관 등을 거치며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아직 경선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전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맞붙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19일 이 전 총리와 이해찬 대표를 투톱으로 세우는 형태의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그러나 막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종로대전’을 벌여야 하는 이 전 총리가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종로 승부의 양상이 전국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 전 총리가 전국 선거를 몸으로 커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낙연의 사람들이 생환하느냐도 결국 개인의 경쟁력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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