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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왕국' 롯데, 운명 건 점포 구조조정···200개 문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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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실적이 악화된 롯데쇼핑이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 롯데쇼핑]

실적이 악화된 롯데쇼핑이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 롯데쇼핑]

 실적 악화에 빠진 롯데쇼핑이 칼을 들었다. 앞으로 5년간 백화점ㆍ할인점ㆍ슈퍼ㆍ롭스 등 롯데쇼핑의 718개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200곳 이상(약 30%)을 정리한다. 불어난 손실과 격화되는 경쟁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창사(1970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이 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운영 전략’을 발표하고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다. 실적은 시장 예상치보다 나쁘다. 연결기준 전년 대비 1.1% 줄어든 매출 17조63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보다 28.3% 감소했고 순손실은 8536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4분기엔 변경된 회계기준에 따라 적자 매장의 미래 손실 9353억원을 반영하면서 적자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앞으로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고 수익성 좋은 점포만 남겨 사업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운을 건 점포 다이어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해 재무 건전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매장 40% 줄인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유통망 중 롯데슈퍼는 가장 많은 점포를 줄이게 된다. 전국 412개 매장(지난 1월 기준) 중 70여개가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매출이 떨어지는 수익성이 없는 지방 점포부터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슈퍼와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규제 강화 등으로 낮은 성장률을 거듭해왔다.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신규 출점은 사실상 막혔고,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소비 부진, 의무휴무제, 영업시간 단축이 겹치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롯데쇼핑 점포 구조조정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롯데쇼핑 점포 구조조정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형마트(할인점)인 롯데마트도 124개 매장 중 최소 40%를 정리한다. 매장 50개 이상이 사라질 전망이다. 시장 포화 상태에서 수익성 개선이 되지 않는 헬스 앤 뷰티(H&B) 매장 롭스도 당초 규모를 키우기로 했던 계획을 접고, 131개 매장 중 20개를 우선 줄인다. 1위 사업자인 CJ올리브영과의 경쟁 대신 특화 매장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사업부 중 유일하게 실적이 괜찮은 백화점은 아웃렛을 포함해 5개 정도의 점포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의 이번 결정은 오프라인 채널을 주력 사업으로 지닌 다른 유통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변화한 소비자 쇼핑 습관 등 달라진 유통 환경에 몸집이 큰 기업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실적 악화가 계속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규제와 중국 등 국내외 경기 침체로 실적이 다 안 좋지만, 롯데는 실적 악화의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큰 폭의 구조조정안을 냈다”며 “유통 대기업의 경우 점포를 물류거점으로 바꾸려고 해도 노동법에 걸리는 등 규제로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앞서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1인 최고경영자(CEO)가 전체를 총괄하는 통합 법인(HQ) 구조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법인 내 각 사업부(백화점·마트·슈퍼·롭스)가 개별 대표 체제로 독립적 의사결정을 해왔다. 이런 형태가 롯데쇼핑 전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사업부장 체제로 전환했다.

 "유통 회사 버리고 서비스 회사로 간다"

 롯데쇼핑은 점포를 정리하고 조직을 슬림하게 운영하면서 ‘유통 회사’를 버리고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신설 HQ가 통합적 의사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사업부는 ‘상품 개발 및 영업 활동에 집중’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롯데쇼핑의 총 매장 공간(총 330만5785 ㎡), 축적된 상품기획(MD) 노하우, 방대한 고객 데이터(3900만명)를 주요 자산으로 보고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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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쇼핑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직접 기획하고 브랜딩하는 ‘힙(hip) 화점’과 같은 매장이나, 창고에서부터 배송까지 일원화된 ‘풀필먼트(fullfillment) 서비스’ 등을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구조 조정은 없나 

오프라인 매장이 30% 사라지면서 롯데쇼핑이 유휴 인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9월 기준 롯데쇼핑 전체 직원은 2만6285명(시간제 근로자 8551명)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이날 “당장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는 “현장에 인력을 늘리고, 직무 전환을 통해 남는 인력을 재배치해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공시 이후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문장은 직원 동요를 막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이겠지만 함께 이겨내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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