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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필리핀 연합훈련 근거협정 종료에 "신경 안 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필리핀과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을 종료하는 데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미국에 VFA 협정 종료 통보 #트럼프 "내 관점 좀 달라, 돈 아낄 것" #에스퍼 국방장관은 "잘못된 방향" 지적

2017년 트럼프와 두테르테가 마닐라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7년 트럼프와 두테르테가 마닐라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만난 기자들이 전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에 VFA 종료 통보를 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솔직히 말해 나는 그 문제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VFA는 1998년에 양국의 군사 훈련을 위해 체결된 협정이다. 당시 미군이 필리핀에서 철수한 지 7년째 되는 시점에서 향후 훈련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어 VFA를 체결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이 협정에 근거해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등을 진행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1일 미국 측에 VFA 종료를 통보했다. 갑작스런 결정의 배경은 미국이 로널드 델라로사 상원의원(전 경찰청장)의 비자를 취소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델라로사 상원의원이 "미국이 나와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미국 비자를 중지했다"고 발언한 직후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델라로사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벌여온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보다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더 끈끈한 유대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들 국가에 대한 대한 군사적 공조와 기여도 늘려왔다. 반면 미국에 지불하는 분담금은 1998년 이후로 계속 떨어져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럼에도 이날 트럼프는 기자단에게 필리핀과의 관계가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필리핀을 매우 많이 도왔다. 우리는 그들이 ISIS(옛 이슬람국가)를 격퇴하는 것을 도왔다. 그쪽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3년 전 IS 세력이 필리핀에서 활개치던 당시 미군이 이들을 격퇴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는 VFA를 종료하면 미국이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많은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의 관점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나는 그것을 '매우 고맙'게 여긴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다른 관점'은 전통적인 외교안보적 관점이 아니라 트럼프 특유의 '사업가적' 기질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도 지속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입장과 달리 백악관에서는 VFA 종료에 대해 유감이란 입장이 나왔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유감스럽다"며 "잘못된 방향"이라고도 지적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VFA가 중단되더라도 180일간은 효력이 유지된다. 또 양국이 1951년 체결한 상호방위조약과 2014년 체결한 방위력협력확대협정은 유지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필리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필리핀의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등 두테르테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강조해 '독재자 감싸기' 논란을 빚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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