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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기생충 오스카 휩쓴뒤 "이젠 날 칸의여왕 부르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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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제 더이상 ‘칸의 여왕’이라는 말은 그만하라고 했어요.”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웃으며 말했다. 19일 개봉을 앞둔 신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위한 인터뷰 자리였다. 거액의 돈가방을 두고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인 이 작품에서 그녀는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주인공 연희 역을 맡았다.
신작 홍보 자리에서 얄궂긴 하지만 전날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트로피를 휩쓴 쾌거를 지나치기도 어려웠다. 1997년 ‘접속’으로 충무로에 데뷔해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의 생각이 궁금했다. 전도연은 “아카데미 시상대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좋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도전”이라는 각오를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여주인공 '연희' 역을 맡은 전도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여주인공 '연희' 역을 맡은 전도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기생충’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너무 놀랐다. 솔직히 각본상만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실감이 안 난다. 그동안 아카데미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한 발짝 다가온 것이고 눈앞에 현실이 됐다. 모든 영화인이 ‘열심히 하면 나도 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봉준호 감독에게는 연락했나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수상했을 때는 봉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지금은 우와… ‘축하해요’라는 그런 말도 안 나오는 역사적 순간이다. 제가 지인들에게 ‘이제 칸의 여왕이라는 말은 그만해달라’고 했다. 좋은 자극을 받고 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웃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는 윤여정, 정우성, 배성우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했다.
“많은 배우가 나오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다. ‘묻어가고 싶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저는 그런 배우다. 홍보하기도 좋다. (웃음) 제가 수습이 안 될 때는 정우성씨가 쫙 정리해준다.”
영화가 시작되고 50분만에 등장하는데 잔혹한 연기 등 악녀로서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영화를 이미 절반 정도 찍은 상태에서 처음 들어갔다. 현장 분위기가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존재감이 강렬한 건 ‘연희’라는 캐릭터가 원래 그렇다. 내가 아닌 누가 했어도 파격적인 캐릭터로서 힘을 받았을 것이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개봉 전부터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반응이 좋다.  
“솔직히 말해서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관객들이 편하게 다가가는 배우는 아니다.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사람들이 다소 어려워하거나 거리감이 있는 배우다. 그래서 이 작품이 대중에게 재미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김용훈 감독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간다고 했을 때는 ‘하아…’ 그랬다. 재밌는 영화인데 ‘전도연’, ‘국제영화제’ 이러면 또 작품적으로 어렵게 인식될까봐 걱정이 됐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김 감독으로부터 ‘상 받았다’고 문자가 왔더라. 작품적으론 도움이 되겠지만…(웃음)”
배우 전도연으로 더 성취하고 싶은 게 있나?
“더 올라서고 싶다. 굉장히 그렇다. 아까 '연기를 잘한다’고 했는데 더 잘 할 수 있다.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도 거기에 머무는 타이틀이 아니라 나의 극복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 바꾸면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사람들은 제가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장르적으로 굉장히 국한되어 있다. 정말 해야할 것이 많다. ‘천만 영화’도 찍고 싶다. 제가 한 때는 충무로에서 ‘영화나라흥행공주’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 같은 영화에 잘 안 불러주신다.(웃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여주인공 '연희' 역을 맡은 전도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여주인공 '연희' 역을 맡은 전도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연기에만 집중한다. 연출이나 예능프로그램 등에 도전할 의향은 없나
“사실 자신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작품적으로 노출되는 것과 달리 내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이 드러나는 데 대해 두려움이 있다. 데뷔 초기엔 ‘현모양처로 살 거고 일을 오래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이렇다. 생각은 계속 변하는데 사람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하고 다녔는지 기억하고,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각인된다는 것이 두렵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 대중들에게 알려야 할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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