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성금 1억” 누군가 보니···67억 베푼 남대문 볼펜장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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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림씨의 손편지. [사진 여주시]

이남림씨의 손편지. [사진 여주시]

“최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산으로 많은 분이 염려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특히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마스크를 사용하고 싶어도 구매 비용 부담으로 못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1억원을 성금으로 기탁하고자 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여주시 복지행정과 사무실에 40대 남성이 찾아와 이 같은 내용이 쓰여 있는 편지와 함께 50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전달했다. 이 남성은 이남림(73)씨의 아들 이성준씨. 아들 이씨는 “아버지가 저소득층 마스크 구매에 도움을 희망한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이씨는 손편지에서 “모두가 함께 건강하게 잘 살길 바라는 제 작은 뜻으로 전하는 것이니 마스크 품귀현상 등으로 물량 확보가 어렵다면 기탁한 성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써달라. 취약계층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여주시로 이사를 온 이씨는 지난해 12월23일에도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2억원을 여주시에 기부했다. 개인이 억대의 성금을 내기는 처음이라 이항진 시장이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다고 했으나 당시에도 성금을 전한 아들 이씨는 아버지 뜻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남대문 볼펜 장사로 돈 모아

이씨는 2002년부터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기부액수만 6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4월엔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는 데 써달라며 2억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맡겼다.

그는 2006년과 2007년 KBS 기부 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에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각각 30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이 금액은 그가 사들인 땅이 광교신도시 개발 계획에 포함되며 나라에서 받게 된 토지보상금 중 세금을 뺀 전액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2002년과 2003년에는 태풍 ‘루사’와 ‘매미’로 피해를 본 수재민을 도와달라며 성금 1억원을 각각 내기도 했다.
그는 8세 때 홀로 고향인 전남 함평에서 서울로 올라와 남대문시장에서 볼펜 장사를 시작해 돈을 모았고, 그러다 안경도매점을 운영하며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어르신 뜻대로 마스크를 사 취약계층에 골고루 전달하고 남을 경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복지사업에 투입해 나눔의 뜻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주시 관계자는 “기부금 사용처를 앞으로 의논하겠다”고 했다.

신종코로나 자원봉사 줄 이어  

자가 격리자에게 지원하는 구호 물품. [사진 경기도]

자가 격리자에게 지원하는 구호 물품. [사진 경기도]

한편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자원봉사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자원봉사센터는 신종코로나 자가격리자들에게 홍삼, 손 소독제 스프레이 등 개인위생용품과 생필품 등이 담긴 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도자원봉사센터는 지난 10일 1차로 23개 시·군 34개 보건소에 키트 400여개를 발송했다.

천 마스크 배포에 나선 곳도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자원봉사센터는 지난 6~9일 천 마스크 1500개를 만들어 광주송정역·광주공항을 오가는 시민에게 나눠줬다. 오는 12일까지 천 마스크 1000개를 추가 제작해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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