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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뮤직토크

혁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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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위잉위잉’ ‘와리가리’ ‘Tomboy’ 등의 곡을 통해 청춘이 느끼는 다양한 감수성을 대변하며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디 밴드 혁오가 지난 1월 30일 새 앨범 ‘사랑으로’를 발매했다. 그런데 수록곡 6곡 중 한국어 노래는 두 곡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영어다. 혁오에게 이러한 작업 방식이 처음은 아니다. 앨범 ‘24’(2018)의 경우 수록곡 6곡 중 한국어 노래는 단 1곡에 불과했으며, ‘23’(2017)에서는 한국어, 영어, 심지어 중국어까지 골고루 쓰였다. 이에 대해 혁오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중 멜로디에 어울리는 가사를 붙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초중고 시절을 모두 중국에서 보내며 국제학교에 다닌 덕분에 영어와 중국어가 모두 유창한 리더 오혁(사진)의 독특한 이력에 기인한다.

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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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에 겪은 다양한 문화를 통해 오혁은 다중 언어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실제로 그는 ‘한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성장한 나는 고향이 없는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방인’으로서 그가 느끼는 쓸쓸함과 낯섦의 정서는 혁오의 음악에 투영되어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현 사회 속에서 불안과 소외를 느끼는 젊은 세대의 공감을 끌어낸다. 비록 가사가 한국어는 아니더라도 듣는 이들은 이질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노래 분위기와 가사의 어울림이 주는 감성을 통해 가수와 소통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언어의 뒤섞임은 글로벌과 로컬을 넘나드는 문화 감수성을 지닌 현 한국 젊은이들의 성향과도 맞닿아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