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지기 살해한 승무원의 항변 "반성 중, 살해 의도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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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죽일 의사를 가지진 않았습니다.”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환승) 심리로 열린 재판 피고인석에 선 항공사 승무원 A씨(32)의 변호인은 이렇게 말했다. A씨는 11년 지기 경찰관 B씨(32)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날 첫 재판이 열렸다.

A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강서구 자신의 집에서 B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몸싸움 끝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명백한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과실로 인해 살해된 부분도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만취한 상태라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있다”며 “하지만 A씨는 뉘우치고 있고, 자기가 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피해자 유가족에게 사죄하며 살고 있다”고 밝혔다.

쟁점은 살인의 고의성 여부  

살인 재판에서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살인은 고의로 다른 사람을 살해했을 때만 성립한다. 이때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이 사망할 수 있다고 인지하거나 예견할 수 있어도 고의성이 성립한다. 살인죄를 피해가기 위해 대다수의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폭행이나 상해할 의도까지는 인정하지만 살해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고 밝힌다. 살인보다는 형량이 낮은 상해치사나 과실치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럴 때 피고인의 살해 고의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범행 당시의 상황이다. 판례에 따르면 범행의 동기, 공격 부위와 반복 정도, 흉기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살해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한다. 이환승 부장판사도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둘 만의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점이 있으며, 변호인 측에서는 피해자의 사망 원인까지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 같다”며 “살해의 고의를 확정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증거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 "반드시 응징할 것" 

한편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B씨의 유가족은 방청석에서 울음을 참으며 재판을 지켜봤다. A씨가 재판정에 등장했을 때 유가족 중 한 명은 “죽어! 지옥에 떨어지게 할 거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반드시 응징할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렇게 살인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올 줄은 몰랐기에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함민정·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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