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18년째 구상 중인 차기작, 서울서 발생하는 재난호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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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정복한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관심이 쏠린다.

봉 감독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국어 영화와 영어 영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 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기생충’(제작비 150억원) 정도 규모로 구상 중이라고 했다.

각종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어 영화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다. 2001년 착안한 뒤 18년째 구상 중이다.

봉 감독은 “내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장르가 모호하다”면서 “굳이 설명한다면 서울에서 재난이 발생하는 호러액션”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라며 “모든 보행자가 똑같은 피부색을 가져야만 성립될 수 있다”는 힌트를 남겼다.

영어 영화는 2016년에 본 CNN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당시 런던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봉 감독 설명이다.

둘 중 어느 작품을 먼저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봉 감독은 “스토리를 숙성시키고 리서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가는지에 따라 어떤 작품을 먼저 할지 결정할 것 같다”며 “올해 4월이나 5월에는 확정 지으려 한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미국 HBO 드라마로 제작하는 작업에도 참여한다. 영화 ‘빅쇼트’, ‘바이스’를 연출한 애덤 매케이와 함께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봉 감독은 드라마에 세부적인 에피소드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배경으로 할지, 영어로 각색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봉 감독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개별 인물들을 비롯해 장면과 장면 사이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면서 “(시리즈를) 6시간짜리 영화처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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