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감염 올 때 됐다···환자 쫓기식 방역 체계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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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중앙임상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7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의 임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신종코로나 중앙임상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7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의 임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사스·신종플루·메르스 등의 신종 감염병이 번질 때마다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정부의 방역과 국민행동요령을 제시해 왔다. 이번 신종코로나에서는 중앙임상 테스크포스팀의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중앙임상TF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서울대병원·명지병원·서울의료원 등에서 신종코로나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협의체이다. 오 교수는 "무증상기 감염이 올 때가 됐다"고 경고하면서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에게 신종코로나의 실체를 물었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인터뷰 #"무증상 감염 있다지만 기침·재채기때 바이러스 나오고 멀리 간다"

중국 상황이 어떤가
중국 통계는 폐렴에서 출발한다. 중국에서 감기처럼 지나간 환자는 통계에 잡지 않는다. 분모에 이런 가벼운 건 다 빠지고 폐렴 환자만 들어있다. 중국 내에서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과 그 외 지역 간 사망률에 차이가 난다. 우한지역은 4.9%, 후베이성은 3.1%, 전국(후베이 포함)은 2.1%, 후베이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0.16%이다. 우한지역에 우리 같은 3차병원 대학병원이 3개이고 중환자 병상이 110개이다. 환자가 갑자기 밀려들면서 과부하가 걸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사망률이 높게 나왔을 것이다. 중국 수치를 우리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리는 (사망률 등이) 훨씬 낮게 나올 것이다.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환자는 매우 가벼운 증상에서 출발한다.
신종 감염병이 왜 무서운가
새로운 것이어서 전 인구집단이 면역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퍼지면 다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거라서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20여명의 환자만으로 심각하다,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9일 한국에서 3명의 확진환자가 추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올 1월 31일 중국 광둥성에 갔다가 귀국한 부부의 가족이다. 9일 오전 어머니(73)가 먼저 확진돼 25번 환자가 됐고, 오후에 아들 부부가 26,27번째 확진됐다. 며느리가 4일부터 잔기침을 했다고 하니 며느리한테 25번 환자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아들은 증상이 없었다고 하는데, 아들에게 감염됐다면 무증상 감염일 수도 있다.

무증상기 감염 걱정이 크다
그런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이런 사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 그런 시점에 와 있다. 지난주에 독일 사례가 보고되면서 무증상기 감염이 확인된 거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확진환자의 증상이 가볍거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감염시킨다. 전에 그런 얘기(무증상 감염)가 나왔을 때 다들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장관이 그런 얘기를 할 때는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박능후 복지장관이 무증상기 감염을 인정한 것을 지칭하는 것). 장관 레벨에서 얘기할 때는 근거를 갖고 얘기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 증상이 발현되나
아직 정확하지 않다. 지난 일주일동안 이런 의문이 많았다.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말하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바이러스 양과 전파력이 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바이러스가 많이 나오느냐, 같은 조건에서 어떤 사람의 바이러스 양이 많고, 어떤 경우 적은지 아직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상황과 사례가 나올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은 감염원에 노출돼도 안 걸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걸려도 가볍게 지나가고, 호되게 앓는 사람도 있다. 
실제 환자마다 어땠나
1번 환자는 입국(지난달 19일) 하루 전에 증세가 나타났다. 입원 3일째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보니 폐렴이 있었다. 폐렴이 있으면 전파를 잘 시킨다고 본다. 그 때 초기 폐렴이 있었고, 환자는 폐렴을 인지하지 못했다. 폐렴이 있지만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특이한 임상 양상을 보였다. 발병 '데이 0일(발명 시작 시점)'에 본인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애매했다. 3번 환자 사례도 발병 초기에 열이 났다는데, 발병 '데이 0'라는 것을 잘 몰랐고, 기억을 더듬어서 확인했다. 병이 났는지 인지하는 게 애매한 경우가 많다. 
해외에도 그런 사례가 있나
독일 사례가 그렇다. 뮌헨 자동차 공장의 중국인 직원이 상하이를 다녀와서 동료 직원을 감염시킨 사례인데, 독일에서 무증상기 감염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독일 질병본부에서 조사하면서 그 전에 증상유무를 재차 확인했다. 환자는 '비행기 탈 때 머리 아프고 몸이 안 좋아 해열제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발병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12시간 비행하면서 몸이 안 좋아 근육이 아픈 거라고 여겼다. 본인은 발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워커숍에 참여했다고 했다. 
본인이 증세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말인데
증세가 '있다' '없다' 자르기 애매한 상황이 있다. 중간단계일 수 있다. 열이 조금 있다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면 친구를 만나러 갈 수도 있다. 발병 초기에 그런 경우가 있다. 독일에서는 확실한 증상으로 넘어가기 전의, 증세가 한 두개밖에 없는 애매한 발병 초기를 Oligo-symptomatic이라고 한다. 증상이 없는 무증상기(Asymptomatic), 중간 단계(Oligo-symptomatic), 확실한 증상 단계(Symptomatic)로 나뉜다.    
바이러스는 언제 나오나 
독일의 코호트 조사를 보면 증상이 생기는 무렵에 바이러스가 나온다. 여기까지 확실하다. '데이0'의 바이러스 배출과 감염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 (희귀한) 사례 보고에 불과한지, 며칠 후 기침나서 호흡기 증상이 나서 전파가 많은지 중앙임상TF에서 일주일간 토론했다. 결론은 '무증상기 감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침·재채기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바이러스가 튕겨나가고 바이러스가 멀리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종코로나의 유행은 증세 있는 환자가 끌고 간다는 것이다. 본인도 애매하고 증상도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증상도 없이 가만이 있는 사람이 감염되는 것은 전체 유행을 끌고 나가는 동력이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방역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제거 봉쇄 전략(containment for elimination)이냐, 완화 봉쇄 전략(containment for slowdown)이냐를 택해야 한다. 전자는 감염 즉시 제거하는 것이다. 누구나 이걸 원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의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가 생기기 시작한다. 후자는 전파의 연결고리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삽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전략이다. 무증상기 감염이 시작되면 제거 봉쇄에서 완화 봉쇄 전략으로 가는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 시점인가
지금까지는 감염자 하나하나 쫓는 미시적 전략 단계이다. 전체 여행객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거시적 전략이다. 모두 쫓아다니며 체온을 측정하고 증세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몇 가지 조건(가령 중국 입국 등)에 맞으면 무조건 14일 격리하는 게 거시 전략이다. 미시적 개인 대상 전략에서 거시적 인구 집단 대상으로 바꿔야 할 때가 있다. 국면전환을 하려면 의료 외적인 요소, 외교·무역·사회경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이 국면전환할 시기인지는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 중국 공식 발표 통계에는 폐렴이 있어야만 포함된다. 하지만 감기나 독감 정도만 느끼는 가벼운 증세 환자가 더 많다. 실제 환자가 중국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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