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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공공의료체계, 달라진 게 뭔가" 목소리 낸 감염내과 교수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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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감염학회 소속 교수들이 7일 밤 서초구 대한감염학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대한감염학회 소속 교수들이 7일 밤 서초구 대한감염학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과거 신종 플루와 메르스 사태가 발병했을 때와 비교해 공공의료체계가 바뀐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 민간이 역할을 담당하는 체계 그대로예요.”

6일 밤 서울 서초구 대한감염학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둘러싼 기자간담회가 열린 자리였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과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손장욱 고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포함한 감염병 전문가들이 이날 한곳에 모였다.

"보건소 환자 격리 전담하고 중증환자 공공병원으로 모아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텐트 전경. 진료동과 대기동 등 2개 텐트를 설치해놨다. 김준영 기자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텐트 전경. 진료동과 대기동 등 2개 텐트를 설치해놨다. 김준영 기자

이들은 신종코로나 사태를 둘러싼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환자들이 공공기관인 보건소 격리시설 대신 열악한 텐트 형태의 민간병원 선별진료소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소와 민간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의 역할이 뒤바뀌거나 겹치는 등 일원화한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소가 환자 격리를 전담하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과 공공병원으로 중증환자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손장욱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는 (비전문가인) 지자체의 영향을 받다 보니 일원화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통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설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보건소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의 신종 코로나 환자 수가 많아지면서 격리병상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재 전국 국가지정격리병원이 보유한 음압병상(외부와의 기압 차이로 병원체가 빠져나가지 못 하는 특수병실)은 총 1027개다.

이재갑 교수는 “환자 수가 증가하면 중환자 중 인공호흡이나 체외 순환기를 달아야 할 병원에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들어갈 수 있다”며 “환자 수가 늘어나기 전 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병원의 역할을 구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 의사 재량권 많아지면서 부작용 우려 목소리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환자와 함께 선별진료소 대기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환자와 함께 선별진료소 대기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7일부터 바뀌는 신종 코로나 대응절차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이날부터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뿐만 아니라 의사 소견에 따라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될 경우 보건소에 신고할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중국 이외에 동남아 국가 등에서의 신종코로나 감염이 많아진 것에 따른 조치다. 자연스레 환자의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따라서 한정된 의료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의료기관에 환자가 과도하게 몰려 진단이 늦어지거나, 신종 코로나 이외의 질환 치료가 소홀해지는 경우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신종 코로나는 호흡기 질환 유행하는 가을 겨울에 발생해 증상만으로 감기와 구분 어려운 탓에 난감한 상황”이라며 “지역사회 전파가 늘어나면 모든 환자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중증 환자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과잉 진료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사 재량권이 주어진 데 따른 부작용이다. 손장욱 교수는 “의사가 환자를 놓칠까 두려워하게 돼 과잉진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의사가 보건소에 사소한 검사를 요청하게 되면 의료현장에 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감기 증상을 신종 코로나로 오인해 병원을 찾으면 안 된다는 당부도 나왔다. 인후통ㆍ오한 등의 증세가 발견되더라도 며칠간 자가격리를 통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로 오인해 선별 진료소나 병원을 찾았다가 되려 감염병에 걸리는 경우도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백경란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 치료제 없기 때문에 미리 검사받는다고 치료가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단순 감기 증상에서 벗어나 호흡에 문제가 있는 등 폐렴 증세가 시작했을 때 내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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