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전쟁]미세먼지에 코로나까지…"마스크도 비축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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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서울대교구 부제 서품식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열렸다. 많은 참석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최정동 기자

가톨릭 서울대교구 부제 서품식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열렸다. 많은 참석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최정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정부가 매점매석 단속 등 긴급 관리에 들어갔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마스크를 쌀처럼 비축 물자로 특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종 감염증의 발생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데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도 잦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 대책은 급한 불 끄기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마스크 등 위생용품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고시 시행이 계기였다. 사재기하다 걸리면 최고 2년의 징역이나 5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엄포였다.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현장 단속도 강화했다. 또 마스크 1000개 이상을 해외로 반출하려면 세관 심사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금액 기준(200만원)만 있었다.

긴급 관리에도 마스크 구하기 어려워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감염 공포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6일 50만장의 마스크를 확보해 계정 1개당 패밀리팩(마스크 30~100개) 1박스로 주문을 제한해 판매했지만 20여분 만에 동났다.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강 모씨(31·남)는 “2000여장의 물량을 겨우 확보했지만 이틀 만에 소진됐다”며 “한 번에 100만원 어치를 사 간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HMP몰 품절 상황. hmp몰은 한미약품에서 운영하고 여러외품업체가 가맹되어있는 사이트다.

HMP몰 품절 상황. hmp몰은 한미약품에서 운영하고 여러외품업체가 가맹되어있는 사이트다.

한번 깨진 수급 불균형은 쉽게 바로 잡히지도 않는다. 매점매석 단속 이후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고 센터에는 33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부도 당혹스럽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하루 1000만개 정도를 생산하는 것에 비춰볼 때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매우 예외적”이라고 말했다. 생산업체가 대부분 중소업체인 데다 유통망도 복잡해 수요 예측이나 유통 실태 파악도 어려운 형편이다.

쌀·석유는 비축…마스크도 비축 필요

이 때문에 마스크를 비축대상 물자로 지정해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이 터지고서야 부랴부랴 조치해서는 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 고시에 따르면 해외 의존도가 높고, 국민 생활 안정에 필요하며, 물가안정과 수급조절에 대처할 필요성이 있으면 비축물자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쌀은 연간 소비량의 약 18%인 35t을 비축하고 있다. 석유는 민·관에서 2억 배럴 규모를 비축 중이다. 마스크의 경우는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검역·의료 현장용만 비축하고 있고, 일반 소매용 마스크는 따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품귀로 물가안정, 수급 조절의 필요성은 커졌다. 정부가 6일부터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해 마스크 생산·도매업자가 제품을 출하·판매할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이런 필요성을 방증한다.

다행히 국내에서 자체 생산이 되고 있지만, 원자재 수급 측면에선 해외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만드는 즉시 팔려나가는 상황인데도 원재료를 중국에 의존해 온 경기도 고양의 한 마스크 공장은 이미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인도·대만·이란 등이 마스크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국가 간 '마스크 전쟁'도 가속하고 있다.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마스크 공장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수요가 유지된 덕분"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중국 등으로 생산이 이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언제든 공급한다는 믿음 줘야" 

마스크를 비축·관리하자는 제안은 과거에도 이미 있었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필수의약품 소요량 조사를 통해 전국 의약품 생산업체 등에 분산비축 해야 한다”는 취지로 비상대비자원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개정은 무산됐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언제든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인구와 이에 따른 소비량, 제작 업체 규모 등을 토대로 수요·공급량을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허정원·임성빈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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