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출신 변호사’ 탈세조사 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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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세청은 앞으로 ‘누가 세금을 많이 걷었는지’ 여부로 직원 인사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무리한 과세를 막기 위한 취지다. 또 국세청 산하 모든 지방청에 부동산 탈세 조사 전담 조직을 만든다. 서울·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칙 부동산 거래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세청, 부동산 변칙거래 조사 강화 #‘세금 많이 걷어야 우수직원’ 평가도 #적법한 징세 절차 지켰는지로 바꿔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등 7개 지방청은 세무조사 담당 직원·팀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 중 하나였던 ‘조사 실적(추징세액)’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우수한 조사 사례와 적법 절차 준수 여부 등을 반영한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 이런 직원 평가 기준 변경은 국세청 설립 이후 처음이다. 조사 담당자들이 실적 압박 탓에 무리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세금을 걷어야 하는 상황에선 지방청 내 조사심의팀으로부터 반드시 타당성을 미리 검증받도록 했다. 조사반 실무자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과세 정당성을 검증한 뒤 징세 행정을 집행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국세청 산하 지방청의 역할은 강화한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지방청 내 조사국 산하에 ‘변칙 부동산 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세금 납부를 피하려고 변칙적으로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실제 거래 가격과 다른 계약서(업·다운계약서)를 쓰는 행위를 감독하기 위해서다. 이 TF는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합동 부동산 투기 조사로 적발한 사건뿐만 아니라 지방청이 직접 발굴한 사건까지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업무를 맡는다.

전관예우로 돈을 많이 벌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변호사·세무사·관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세무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최근 전직 부장판사 등 전관 변호사로 구성된 법률회사가 경리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사건 수임료를 빼돌린 혐의를 적발하고 수억원대 법인세를 추징하기도 했다. 고가의 사건 수임료를 받으면서도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퇴직 후 몇 년 만에 소득이 많이 늘고, 조사 결과 탈루 혐의가 짙은 전문직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납세자의 세무조사 협력 수준에 따라 조사 강도를 조절하는 제도도 처음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납세 자료 제출 등 세무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납세자는 조사 기간을 줄이거나 조기 종료 혜택을 준다. 반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는 등 비협조적인 납세자는 과태료 부과와 함께 과학적인 수사 기법까지 동원해 조사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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