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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소장에 '대통령 중립 의무' 이례적 적시···靑 윗선 겨누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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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명의 주요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며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언급했다. 2018년 치러진 울산시장 선거를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위한 부정선거로 보고 총선 이후 청와대 윗선 수사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철호 울산시장 등의 공소장에 “공무원은 누구를 당선되게 하거나 낙선시키기 위해서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고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자는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선 아니 된다”고 적었다.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보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 요구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울산시장 선거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경찰 등과 합심해 벌인 ‘당선 프로젝트’이자 ‘부정선거’로 보고 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잠재적 경쟁 후보자를 정리하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 수사를 경찰에 청탁하는 등 마치 청와대와 송철호 선거캠프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 등의 자리를 제안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송 시장의 측근 역시 임 전 최고위원 측을 만나 “송 시장이 대통령과 친구니까 자리를 챙겨줄 수 있다”고 설득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임 전 최고위원이 원한 자리로 갈 수 없게 되자 “미안하다”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경쟁자인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정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넘겼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이를 반부패비서관실로 이첩했고,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은 다시 경찰에게 하달했다. 송 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 청탁을 받은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부하 경찰관들에게 정보 수집과 집중 수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사 상황은 선거 전후 청와대에 21차례에 걸쳐 보고됐다.

검찰은 송 시장에 대한 선거 공약 지원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송 전 부시장은 울산시 공무원들을 통해 김 전 시장의 공약 이행 상황, 울산시 주요 사업 진행 경과 자료 등을 넘겨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으로 유죄 확정 

법조계는 핵심 피의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정권의 정당성도 흔들 수 있는 핵심적 사안이라고 해석한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선거가 아닌 공천 과정 개입조차 실형이 선고될 정도로 위중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기현 전 시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최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즉각 개시하고,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추가수사를 즉각 재개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송 시장은 각별한 관계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울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말에 "송철호 당선"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문 대통령 수사해야"  

하지만 검찰은 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감안해 최대한 비공개로 수사하고 4월 총선 이후 임 전 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대통령 부분은 지금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 역시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매우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 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현직 대통령 수사는 쉽지 않을 듯 

헌법상 대통령 수사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고 정한다. 현직 부장검사는 “대통령 주변인을 불러 대통령이 지난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수사할 수는 있으나 대통령 자체를 수사하는 건 헌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가영‧김수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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