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바꾼 땅 알고보니 원주인 있어…토지주 국가에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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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전경. [중앙일보 자료사진]

제주지방법원 전경. [중앙일보 자료사진]

국가사업(경찰)에 자신의 땅을 내놓고 대신 받은 국유지가 원 소유주에게 돌아가자 손해를 본 토지주가 국가와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이 부지는 현재 제주서부경찰서가 들어선 곳의 일부다. 소유주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가에 소송을 걸었다. 원 소유주 B씨의 상속인들은 이 땅을 조상땅 찾기 사업을 통해 환원 받았다.

경찰서 부지 대체 땅 ‘조상 땅 찾기’에 환원 #땅 사라진 소유주, 국가 상대로 배상 청구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의진)는 6일 A씨가 대한민국(제주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이런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경찰청의 잘못된 소유권 이전으로 피해를 봤다며 2018년 8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확정판결 시점 토지감정액인 17억5743만원이었다.

A씨는 지난 2006년 11월 제주서부경찰서 신축 당시 부지에 포함된 자신의 땅 3874㎡을 정부(기획재정부)가 소유한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소재 토지 6238㎡로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0년 뒤인 지난 2016년 원 주인이 소송을 시작해 A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고성리 토지를 환원 받게 됐다. B씨의 상속인들이 '조상 땅 찾기' 소송을 벌여 승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는 행정 당국의 ‘조상 땅 찾기’ 서비스가 인기를 얻었다. 이 시기 중국인 등이 제주도 투자에 한창 나서자 땅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통해 해당 토지 존재를 알게 된 상속인들은 A씨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며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 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8년 8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서 A씨는 제주지방경찰청과 맞바꾼 자신의 땅을 잃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자신의 땅을 빼앗긴 A씨는 2018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금액 중 2억원 가량은 2018년 9월 18일부터 2019년 11월 12일까지 연 5%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그 다음 날부터는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또 나머지 15억원 가량은 2019년 11월 13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부경찰서 건설로 인한 토지 소유권이전 의무가 이행 불능 상태에 놓인 점이 인정된다며 채무불이행 책임에 따른 정부의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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