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22.6%↓, 7년 만에 최저···수출부진에 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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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22.6%나 줄었다.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반도체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상품수지 흑자폭 30% 줄어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6일 2019년 12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6일 2019년 12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수출은 5619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3% 줄었다. 반도체(-25.4%)와 전기·전자제품(-20.2%)의 감소 폭이 컸다. 수입도 2018년보다 6% 줄어든 485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99억7000만 달러로 전년(774억7000만)보다 175억 달러나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유럽발 재정위기 영향이 컸던 2012년(487억9000만 달러)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핵심인 상품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30.2%(332억3000만 달러)나 감소했는데 글로벌 교역 부진의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단가가 하락했고, 지역별로는 중국 수출이 부진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수입은 국제 유가 하락과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자본재 수입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감소하면서 2017~2018년 2년 연속 4%대를 기록했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3% 중반대로 하락할 게 확실해 보인다.

"신종코로나, 여행수지에 마이너스" 

확 쪼그라든 경상수지 흑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확 쪼그라든 경상수지 흑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비스수지의 적자 폭이 줄고, 본원소득수지가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건 긍정적이다. 서비스수지는 적자가 많았던 여행수지가 크게 개선됐다. 중국을 중심으로 입국자가 많이 늘었지만 한·일 무역분쟁으로 일본으로 출국하는 내국인은 줄어서다. 여행수지는 2018년부터 2년 연속 나아지는 흐름이었지만 올해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영향이다. 여행수지에 크게 기여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은 상품수지에, 항공기 감축 운항이나 여행객 감소는 서비스 수지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거둔 수입을 의미하는 본원소득수지는 2018년 49억 달러에서 지난해 122억 달러로 급증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서 받은 배당금이나 해외 투자를 통해 얻은 이자수입이 고르게 늘었다. 배당수입과 이자수입 모두 역대 최고치다. 박 국장은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좋아진 건 경상수지 구성의 질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본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609억5000만 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355억3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105억7000만 달러 각각 증가했다. 해외 주요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는 역대 2위 규모(427억9000만 달러)로 늘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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