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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화웨이 서로 "우리 편으로 와라"…불 붙은 5G 유럽시장 쟁탈전

중앙일보

입력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AP=연합뉴스]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AP=연합뉴스]

화웨이는 유럽에 5G(세대) 통신 장비 공장을 짓고, 미국은 유럽 기업과 5G 기술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유럽에서 ‘반화웨이 전선’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유럽을 우군으로 만들려는 화웨이간 대결이 더욱 첨예화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서 반 화웨이 전선의 균열을 막기위해 5G 기술 공동 개발 카드를, 화웨이는 유럽 시장 공략을 확대하기 위한 유럽 생산 카드를 각각 꺼내든 셈이다.

화웨이 “유럽에 5G 장비 공장 짓겠다”

화웨이는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신년회에서 유럽공장 건립 계획을 깜짝 공개됐다. 유럽 화웨이 최고경영자(CEO)인 에이브러햄 류는 이날 “화웨이는 어느 때보다 유럽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럽을 위해, 유럽에서 만든 5G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기를 못박진 않았지만 “이미 유럽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류의 발언은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5G를 구축할 때 ‘위험성이 큰 공급자’를 배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EU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압박에도 ‘화웨이’나 ‘중국’을 명시하지 않고 두루뭉술 한 표현으로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콕 집어 배제하라고 압박했지만 허사였다. 화웨이는 이 틈을 타 유럽 공장 건설계획을 공개하며 유럽 끌어안기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AFP는 "화웨이의 유럽공장 건설계획이 보안을 우려하는 EU 회원국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런던의 화웨이 5G 이노베이션센터.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화웨이 5G 이노베이션센터. [연합뉴스]

유럽에선 이미 화웨이를 배제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통신장비 1위 기업인 화웨이의 기술력과 경쟁사 대비 30% 정도 저렴한 가성비를 마냥 뿌리치긴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과 가장 긴밀한 우방인 영국조차 최근 안보 우려가 적은 비핵심 부문 네트워크에 한해 조건부(점유율 35% 이하)로 화웨이를 장비를 허용했다. 독일 역시 트럼프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미국 “에릭슨·노키아도 함께 5G 기술 개발하자”

화웨이 제재를 위해 미국은 자국 기업들을 내세워 독자적인 5G 기술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5G 설계와 인프라를 모두 수행하겠다는 큰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실행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달 미국 상원은 중국의 5G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업체에 1조원대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국의 5G 개발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AT&T 등 미국 기업이 주로 참여한다. 커들로 위원장은 또 "노키아(핀란드)나 에릭슨(스웨덴)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5G 통신장비 4대 사업자(화웨이ㆍ에릭슨ㆍ노키아ㆍ삼성전자) 중 특히 유럽 기업을 끌어들여 화웨이를 집중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5G 특허 선점한 화웨이, 미국 추격에도 여유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5G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31.2%), 에릭슨(25.2%), 노키아(18.9%), 삼성전자(15%) 순이었다. 아직 5G 도입 초기이긴 하지만 1위로 치고 나간 것이다. 한국 화웨이 관계자는 “5G 장비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이 어느 회사보다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5G 장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글로벌 5G 장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화웨이의 5G 관련 표준특허 선언 건수는 3325건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846건과 2463건을 기록했다. 화웨이 최고 보안책임자인 앤디 퍼디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5G 기술개발을 원한다면 미국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얻기 위해 우리와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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