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중앙시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파급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중국 본토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5일 기준 전 세계 26개 국가에서 2만46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중국에서 대부분 확진자가 나오고 493명이 사망했다. 이번 질병은 2003년의 사스(SARS)와 비교된다.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호흡기 질환이고 중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확산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사스는 2002년 11월에 중국 광둥에서 시작하여 2003년 7월까지 전 세계 17개 국가로 퍼졌다. 중국 본토에서 349명, 홍콩에서 299명을 포함해 774명이 사망했다.

전염병은 공포로 소비·생산 줄여 #손실 크지만 안정 뒤엔 회복 가능 #중국발 충격의 세계 파급력 커져 #한국은 방역, 경제 대응 철저해야

전염병은 인명 손실, 환자의 노동력 감소, 의료비와 같은 직접적인 비용과 더불어 여러 경로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대인 접촉에 대한 공포로 여행자 수가 줄고 민간 소비가 감소하며 생산이 위축된다. 사스 발병으로 관광업, 항공운수업,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사스 피해가 최고였던 2003년 2분기에 홍콩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공식으로 발표하지 않으나 소비와 생산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염병도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손실을 초래한다. 정확한 효과는 충격이 얼마나 지속할지에 달렸다.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염병을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스 때는 중국의 공중보건체계가 매우 미흡했다. 중국 정부가 발병을 오래 은폐하고 늦게 대응하여 손실이 컸다. 환자가 발생하고 석 달이 지나서야 세계보건기구에 알렸다. 이번 역시 12월 8일 처음 우한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1월 10일 첫 사망자가 나왔지만, 중국 정부는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언론 보도를 통제했다. 왜곡된 정보로 시민의 불안감이 커졌다. 사망자가 늘고 북경과 광둥에서 환자가 나오고 나서야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스 때 경험을 참고하면 올해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급감할 것이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4월 이후 빠르게 회복한다면 연간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질병과 같은 천재지변은 일시적으로 수요와 생산을 위축시키지만, 근본적인 성장 잠재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원래의 성장 추세로 돌아가려는 힘이 작용하여 경제가 반등한다. 사태가 안정되면 연기됐던 소비와 투자가 빠르게 회복할 수도 있다. 정부가 재정,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 경기 회복이 더 빨라진다. 사스 때도 2003년 하반기에 경제가 반등하여 연 10% 성장률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중국 경제가 단기에는 심각한 충격을 겪겠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 시나리오보다 훨씬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질병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공포 심리가 확산되면 소비가 계속 침체하고 성장률 하락이 계속된다. 과거보다 서비스업과 민간 소비의 비중이 높아져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공장이 오래 생산을 중단하고 민간 투자가 위축되면 부정적 효과는 커진다. 중국 경제가 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부채는 늘고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은 시기에 온 충격이라 부정적 영향이 더 오래 갈 수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줄 수 있다. 르노, 혼다, GE, GM 등 후베이성에 생산기지를 둔 외국 기업의 생산 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 이미 인건비 상승, 미국과 통상마찰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고 있는 중국 시장으로 들어오는 신규 외국인 투자는 이번 사태의 수습에 따라 상당히 줄 수 있다.

이번 중국발 전염병은 2003년과 비교하면 전 세계에 4배 이상 훨씬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생산, 무역, 소비에서 중국 경제의 비중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중국의 총생산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의 4%에서 16%로 증가했다. 중국인 해외 여행자 수는 한 해 2000만 명에서 1억50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세계가 통상, 금융, 인적 교류로 밀접하게 연결된 시대에 중심 국가인 중국에서 발생한 충격은 전 세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중국이 경기침체를 겪고 다시 반등하더라도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는 피해를 더 오래 겪을 수 있다.

이번 전염병으로 한국에도 환자가 발생하고 시민들의 공포가 크다. 인명 피해와 더불어 소비 위축으로 내수 산업이 겪을 손실과 중국 경제의 위축이 우리 수출입 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가 걱정이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철저한 방역 대책이 우선이지만 경제 대책도 중요하다. 피해를 보는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전자상거래, 온라인 교육, 재택 근무를 활성화해 대인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줄이고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중국과 지리적,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한국은 중국발 충격에 언제든지 피해를 크게 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