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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구호품 한국이 더 줬는데…중국, 일본에만 “감동” 말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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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는 매우 감동받았다. 전염병은 일시적이지만 우정은 지속된다.”

한국엔 “평가 않겠다”와 비교돼 #학계 “한·중 관계 한계 드러난 것 #한국엔 압박전술 통한다 여겨” #정부는 시진핑 방한 위해 저자세

4일 오후 3시(현지시간)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질의응답 중 “지지와 이해에 감사하고, 마음에 새기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표현을 빌리면 ‘오랜 숙적에 대한 보기 드문 발언’이었다.

이는 “많은 일본 누리꾼들이 주일 중국대사관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남긴 응원 댓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화 대변인은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일본은 매우 초기에 우리를 돕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밝혔다”며 마스크와 방호복 등 일본이 보낸 구호품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불과 6시간 전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의 후베이성발 여행객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평가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는 비교된다. 일본도 한국과 똑같은 수준의 입국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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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선 방역 물품을 지원한 21개국을 거명하며 한국에도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전날 일본만을 향한 ‘특별한 감사’와는 표현의 정도가 달랐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의 5일 보고서에 따르면 20여 개 한국 기업이 중국에 보낸 성금과 구호 물품은 약 8926만 위안(약 151억 4500만원) 상당이다. 일본의 후원액(4652만 위안)보다 많다.

이와 관련, 한·중 관계의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가까워지겠다고 하면서도 일대일로 구상 등 한국과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측면에서는 실제로 진전이 없다는 불만과 실망감이 있다. 이에 한국에 대해서는 압박 전술이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칙 없는 정부의 대응도 문제였다. 지난 2일 신종 코로나 대책을 발표하며 관광비자 발급, 여행경보 발령 등을 두고 오락가락한 것은 정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성사 등을 위해 지나치게 중국을 의식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 때는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해 발표했는데도 정부는 공개적 비판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초기에 과도한 공포심 조장을 막는 데 더 집중한 게 오히려 두려움을 키우고 반중 정서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성균중국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입국 금지 청와대 청원 등의 소식이 중국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며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이 의리가 없다고 비난하는 댓글이 점차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원칙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중국이 WHO를 근거로 우리를 비판한다면 한국은 ▶지리적 인접성 ▶인적 교류 등 지표를 들어 ‘우리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단계적 대응을 하는 것’이란 입장을 바로 밝힐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구호품 등 충분한 지원을 통해 친구로서 협력하는 공공외교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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