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코로나 발원지 우한이라고 중국 식문화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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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뉴스1]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차별과 배제가 아닌 인류애와 연대로 사회적 재난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5일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커지며 인터넷에 중국인 및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어 "질병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이유로 중국 식문화를 비난하고, 정치 문화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며 (중국인을) 질병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한다"며 "길을 가던 중국인에게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중국인의 식당 출입을 막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국인들이 무료 치료를 받기 위해 대거 입국한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가 떠돌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혐오는 특정 집단을 병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부정적 관념과 편견에서 비롯한 것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갖는다"며 "특히 질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돌리는 혐오 표현은 현 사태에 합리적 대처를 늦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오를 선동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일부 서구 국가들의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와 다를 바 없다"고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권 학생들의 수업 참석이 금지되고, 아시아인들이 모욕을 당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 또한 다른 공간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국인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자제는 우리 사회가 침묵을 넘어서 혐오 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로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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